우리나라 세라믹스 교육·과학기술과
산업의 현재와 미래비전
이홍림 한국세라믹학회 회장
1. 2008년 현재 우리나라 세라믹 과학기술과 산업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국가 또는 대학의 수준을 노벨상 수상자의 수로서 평가한다. 2008년 올해 우리나라 동쪽 이웃 일본은 노벨상에서 물리학상 수상자 3명과 화학상 수상자 1명을 배출했다. 이로써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모두 13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수에서 일본과 우리는 13 대 0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양반제도를 두고 과학 기술인을 천시하는 과학기술정책을 폈던 과거 우리나라와는 달리 가업을 대를 이어받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학계에도 녹아있는 것이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서쪽 이웃인 중국도 중국계 미국인으로 7번째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또한 일본 과학자들은 지상으로부터 3만6000km 떨어진 우주기지까지 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10조원을 들여가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여기에 세라믹 재료를 개발하여 우주 엘리베이터의 통로 재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앞으로 세라믹스가 미래의 우주시대를 열어갈 중요한 재료임을 밝혀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가는 길에 세라믹스 선진국인 일본이 세계를 가장 앞지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한 상태이다. 동적인 서양은 거대한 로켓을 이용하여 우주로 향하지만, 정적인 동양은 비용을 줄여서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향하는 것이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은 2억900만 달러로 22억 달러가 넘는 일본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21세기는 우주시대이다. 우주개발에서 뒤처지면 첨단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고 그만큼 선진국으로 올라서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세라믹스 제조기술을 가르쳐주었던 것이 불과 400년 전이었는데,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교육과 과학기술정책의 안목 부족으로 사태가 이렇게 역전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 방법은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및 산업의 기술력 격차는 산·학·연·(관) 협력을 효과적이고도 역동적으로 수행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며, 우리 모두가 산·학·연·(관)의 각 분야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진지하게 노력하고 또 협력한다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세라믹학회는 우리나라 세라믹산업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 바탕 위에서 산·학·연·(관)의 협력을 주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대학과 연구기관이 세라믹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기업체에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기업이 창출해낸 부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형태로 다시 대학과 연구기관에 재투자됨으로써 기초과학에 대한 노력을 집중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창조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렇게 창조된 과학기술은 다시 기업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협력이 잘 이루어져 나가도록 학회와 정부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로서의 역할을 잘 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 한국세라믹학회가 지향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산·학·연·(관)의 협력 체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기업으로부터 연구생 또는 학위과정 학생의 자격으로 동일 분야의 대학 교수의 연구실에 파견되어 실질적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산·학 협력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이미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 내용이 실시간으로 기업체나 국가 공공 연구기관과 직접 연결되어 전달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학·관 연대 지원 사업에서는 2007년 현재 1,623명이 코디네이터(coordinator)로 활동하고 있는데, 코디네이터란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발굴하여 상품화할 때까지 다양한 지원을 해주거나 그 연구 성과를 기초로 벤처기업의 설립 및 육성 단계에서의 경영 지원도 해주는 인재를 말한다(그림 1 참조).
2. 한국 세라믹 분야의 교육·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비전
(1)한국 세라믹스 산업의 가능성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세라믹스인 토기는 신석기 농경경제시대의 유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원전 10,000년 이전의 것이 출토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가 역사상 최초로 세라믹스 산업의 중심지였을 개연성이 있다. 이것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라믹스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세라믹스 산업에 첨단의 과학기술을 잘 적용시킨다면 세라믹 산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앞으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할 수 있는 분야로서 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초과학이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발달하여 세라믹 산업에서도 기초과학과 결합하면서 세라믹 분야에서도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게 되자,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서양의 과학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세라믹 산업에 적용하였고 이미 세계 세라믹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과학기술자를 천시하는 양반제도와 쇄국정책, 일제의 침략 그리고 6.25 전쟁 등으로 세라믹스를 비롯한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서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부터는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하게 되고 또 한국인들은 세라믹스에 있어서 특별한 재능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또다시 세계 최고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날이 순식간에 다가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온 인류에 대하여 세라믹스의 기술문명을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2)한국세라믹학회와 정부의 역할
- 산·학·연·(관)의 네트워크와 정부의 조정자(coordinator) 역할 유도 -
올해부터 한국세라믹학회에서는 산·학·연·(관)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체와 학교, 연구소 및 정부기관과의 상호 긴밀한 협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업은 매우 빠른 속도(시속 100마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비해서 학교(대학)는 그 변화가 매우 느리다(시속 10마일)고 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기업들 사이에도 변화속도가 매우 다르며, 학교들 사이에도 변화 속도가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산업체들과 학교들 사이 및 이들 내부에서의 시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되고 있다. 빌게이츠는 모든 업무는 생각의 속도로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늘날의 모든 조직은 디지털 신경망(digital nervous system)을 갖추고 지식과 정보가 상위직으로부터 하위직에 이르기까지 인간 신체의 신경망처럼 생각의 속도로 빠르게 전달되어야 오늘날의 시대적 흐름에 적응할 수 있으며, 조직이 활력 있게 역동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회에서는 우리나라 세라믹계의 모든 산·학·연·(관) 조직들을 인체의 신경망처럼 디지털 신경망으로 네트워킹 하여 모든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생각의 속도로 전달되어 동시성을 유지하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업의 요구(needs)를 대학과 연구기관에 전하여 학교 교과과정 및 연구개발과 교수법 개발에 즉시 반영하여야 하며, 산업계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연구를 수행하여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 산·학·연·(관)의 원만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네트워크의 연결을 학회가 주도하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조정자(coordinator)로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공동 조정자로서 학회의 역할이 또한 필요한데, 그것은 학회가 산·학·연·(관)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4월 25일 한국세라믹학회 춘계 학술발표회에서 ‘산·학·연·(관) Needs-Seeds 매칭 기술협력 심포지엄’과 7월4일 한국화학관련학회 연합회와 한국세라믹학회의 공동으로 개최된 ‘미래혁신 나노재료 산업화 기술’ 심포지엄, 그리고 10월 24일 한국세라믹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에서 ‘산학연 기술협력심포지엄’에서 실제로 산·학·연·(관)의 관계자들이 참가하여 실질적으로 협력을 하는 장이 마련되어 매우 유익하고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학·연·(관)이 초고속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살아있는 인체의 신경망과 같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그림 2로 나타내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신경망을 통하여 빠른 속도로 지식과 정보가 전달되어 거의 동시에 산·학·연·(관)이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을 동시화(synchronization)라고 하며, 여기에 학회와 정부가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주면 이상적이다. 이 시스템은 앞의 그림 1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산·학·관 협력 시스템’ 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 이유는 학회가 전체의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평가하고 도와주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며, 학회의 구성이 이미 산·학·연·(관)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맺는 말
- 산업 위주의 공학교육과 산·학·연·(관)의 협력 -
2008년 한국세라믹학회는 ‘산·학·연·(관)의 협력과 미래 비전의 학회’라는 슬로건 아래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여 한국세라믹 산업의 발전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한국 세라믹계의 교육 및 학술 활동을 위하여 노력해오고 있다.
학술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SCI 논문을 많이 쓰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특히 공학 분야에서는 그보다는 더 우선적으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과대학의 교수 평가제에서는 산업 발전, 기술개발, 특허, 산업체 기술지도 등을 가장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며, 교과과정 역시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창의 교수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산업체를 위해서는 회사조직의 풍토를 혁신하며, 불량을 제로(0)로 만드는 개인과 조직의 체질 개선, ISO(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한 국제적 수준의 기업문화 창출과 품질경영 시스템 도입을 통한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하여 조직에 혁신적인 DNA를 주입하는 창조 지식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규모 세계 13위인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G13에 초청되어 세계 중심 국가가 되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먼저 대학과 연구기관이 산업체에 적극적으로 기술지원을 해주어야 하며 정부는 학회와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함께 코디네이터(coordinator)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실질적인 산·학·연·(관)의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력이 신장되어 세계 중심에 더욱 근접하며, 나아가서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서 기초과학을 비롯한 학술발전의 저변을 구축하여,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만한 학술적 발전을 가져오게 되고, 이것이 다시 기업으로 유입되어 산업을 신장시켜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들 수 있는 산·학·연·(관) 협력의 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정부 주도하에 각 지방의 주요 지점에 국립대학과 국립 연구기관을 만들고, ‘산·학·관’의 협력 체제를 적극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대국을 이루었고,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시킨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학·연·(관)의 협력으로 세라믹 산업 진흥법의 입법화 추진도 필요하며, 여기에는 월간세라믹스의 활동과 협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며 또한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학회 회원들의 협조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림 1. 일본의 모든 산·학·관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모든 기술과 정보를
함께 공유하게 되는 산·학·관 협력 시스템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림 2. 산·학·연·(관)이 디지털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모든 기술과 정보가
살아있는 인체의 신경망을 통하듯이 생각의 속도로 전달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홍림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공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과 공학석사
일본 동경공업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공학박사
연세대학교 세라믹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호주 University of Sydney, 연구교수
2008 한국세라믹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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