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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자기산업 현황 및 경쟁력 강화(최연수)
  • 편집부
  • 등록 2010-09-09 15:42:50
  • 수정 2015-04-21 0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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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자기 유통현황 및 대안 모색

최연수 한국공예산업연구소 소장

 

한국의 도자기는 천년이상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기형과 빛깔, 문양 그리고 장식 기법을 창안하여 왔으며 이는 세계 도자사상 그 어느 나라보다 독창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려와 조선의 도공들이 지녔던 이러한 창조적인 지혜와 다양한 예술 정신은 아직까지도 많은 도공들의 손길 속에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 도자기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고 하면서 하나 둘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왔던 보금자리를 떠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1). 천년 동안의 기술은 기술대로, 전통은 전통대로 이어져 발전해 왔지만 왜 도공들의 한숨은 끊이지 않고, 한평생 지켜왔던 소중한 자리까지 떨어내야 하는 침통한 분위기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그것이 오늘날의 한국 도자산업을 한번쯤 냉혹하게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비록 도자기를 직접 빚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공들만큼 세세한 고민을 이루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동안 도자산업과 도자시장을 꾸준히 연구해왔고, 정부 및 지자체의 도자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면서 한국 도자산업의 현황과 이모저모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도자관련 엑스포, 비엔날레, 지역축제 등 다양한 홍보 및 이벤트를 통해 도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도자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관심을 쏟아 왔으나 그것만으로는 국내 도자산업의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오히려 요장업체의 영세성, 국내 도자제품에 대한 경쟁력 저하 및 수요침체로 국내 도자산업은 더욱 어려움에 봉착하였으며, 브랜드를 앞세운 고가시장의 유럽산 도자기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저가시장의 중국산, 동남아산 도자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Stuck-in-the middle) 또는 너트크래커(Nut-cracker)의 사면초가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바로 우리 도자산업의 솔직한 현주소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면상의 한계로 국내 도자산업의 총체적인 문제를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필자에게 주어진 도자기 유통 분야에서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할 국내 도자기 유통 현황의 문제점을 몇 가지 제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도자기 유통의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데 역점을 두고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국내 도자기 유통의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소비자 도자제품 구입 유통채널과 요장업체의 유통채널과의 갭(Gap)이 심각하다.
한국도자재단의 「2009 도자센서스」결과를 분석해 보면, 소비자가 가장 최근에 구입한 도자제품의 구입 장소로는 백화점과 할인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그림 1 참조>, 국내 요장업체들의 유통망 활용 비율은 요장직영점/직판과 도매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그들의 생활권에서 쉽게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에서 구매를 한다. 비싸지만 고급스러운 브랜드 제품을 원하는 사람은 백화점을 찾고, 좀 더 실용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은 할인점을 찾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래서 2008년에 할인점, 백화점, 동네 그릇점에서 소비자가 구입한 비중이 전체 대비 73%를 차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장업체들의 대표적인 유통망이라고 답한 요장직영점/직판은 겨우 3%(스튜디오 직영점 비율)밖에 소비자가 찾지를 않았다. 그러니 이곳을 대표적인 유통채널로 생각하고 있는 요장업체들에게서 이구동성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제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요장업체들의 두 번째 유통망 역할을 하는 도매상 활용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도매상 덕분에 소비자들이 백화점, 할인점, 동네 그릇점 등에서 우리의 도자제품을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제 이 도매상 유통채널 마저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내 도자기 유통 환경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둘째, 국내 요장업체의 유통경로가 날로 영세화 되고 있다.
국내 요장업체의 유통경로를 일반 소비재 제품들의 유통경로와 비교해 보면, 대부분의 요장업체의 유통경로는 ‘A’타입 형태를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C, D타입으로 갈수록 소비시장에서 인기가 높고, 판매가 왕성하며 브랜드가치가 높은 제품군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즉 메이저 유통업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은 경로라고 볼 수 있다. 앞서 <그림 1>에서 살펴본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군들은 C, D타입과 같은 유통경로를 따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요장업체가 직접 도매상이나 소매상과 거래하지 않고, 요장 직영점/직판에 의존하여 영세한 규모의 도소매 행위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유통업자들의 관심 밖의 품목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국내 요장업체들 ‘유통 및 마케팅 경쟁력’이 가장 취약함을 알고는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찾기 힘들다.
「2009 도자센서스」에서 도자기술, 디자인, 유통 및 마케팅, 상품개발 능력 등 4개 부문에 대하여 요장업체의 경쟁력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유통 및 마케팅 능력’ 부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모두 우수하다고 답변하고 있다. 이 결과만 보더라도 요장업체들의 최대 문제점이자 현안 과제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미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해결방안을 모를 때 사람들은 더 큰 공황에 빠진다고 한다. 그래서 더 우왕자왕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국내 도자기 유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들 수 있다.
상품은 시장이 있을 때 존재하며,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바로 상품으로서의 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도자제품은 고가의 명품 유럽산과 값싼 중국산 사이에서 철저하게 샌드위치 신세로 몰려있다. 고부가가치 상품개발만이 살길이라고 얘기는 무성하지만 말뿐이며 실제 액션플랜으로 적용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 5>에서 조사된 가장 최근 구매한 브랜드 선호 비중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산 브랜드 선호는 2006년도에 비해 7% 정도 감소한 반면, 수입산 브랜드는 2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수요자가 즐겨 찾는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우리 요장업체들의 도자제품 대신 수입 도자제품만이 보이는 것도 바로 시장 속에서 유통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So how)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현재 국내 도자기 시장이 이렇게 까지 크게 위축된 것은 순전히 불가항력적인 외부환경 탓이라고 말한다. 즉 경기가 위축되고, 저가의 중국산, 동남아산이 국내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상황도 시장이다. 이것을 철저히 인정하고 깨닫고, 미리 예측하여 대응할 때 바로 시장공략 방법이 만들어지고 시장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절대로 나의 뜻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나를 위해 기다려 주지도 않는 냉혹한 곳이 바로 시장임을 이제부터라도 인정해야 한다. 어제 시장이 다르고 오늘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친시장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렇듯 도자기 시장도 ‘시장(Market)’중심의 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작금의 한국 도자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대안 모색의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철저하게 나만의 시장을 찾아내는 분석적인 혜안과 전략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직 한국 도자산업은 늦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국민소득 15,000불을 기점으로 도자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강남지역이나 일부 신도시지역, 고급 백화점에서는 이미 국민소득이 30,000불 이상의 소비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도자제품과 함께할 소비자는 충분하다. 다만 수입품으로 갔던 소비자들을 나에게 유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다시’에서 희망의 해법을 얻자!
그래서 나는 이러한 희망에 공감하는 많은 도예인들에게 박노해 시인의 ‘다시’라는 시에서 희망의 해법을 찾아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이제 도자시장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구처럼 ‘사람’속에 해법이 있고, 희망을 가진 사람이 희망임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만드는 이도 사람이며, 사주는 사람도 사람이다. 바로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시장’을 형성한다. 바로 그 시장의 흐름을 내가 주도하면 그것이 바로 유통 경쟁력이며, 우리 도자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다.
한국 도자산업의 업그레이드는 뭐니 뭐니 해도
‘고객 간의 연결고리’ 회복에 달려있다.
유통은 경제학에서 물의 흐름에 비유한다. 내가 만든 제품이 얼마나 빨리 고객에게 전달되느냐가 바로 유통의 핵심이다. 따라서 도자제품의 꽉꽉 막힌 숨통을 시원하게 뚫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막힌 연결고리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이 단계가 해결되면 이 연결고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때로는 고속도로와 같은 빠른 길도 있고, 가끔은 여유있게 산책하는 제주 올레길 같은 길도 필요한 것이 바로 유통이다. 요즘 모든 분야의 상품들이 ‘필수품’에서 ‘상품’으로, 상품에서 ‘서비스’로 서비스에서 ‘체험’으로 진화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의 도자제품도 ‘고객 간의 연결고리’는 ‘체험고리’임을 깨달아야 한다. 고객들에게 강력한 체험 제공자Experience Provider 역할로 거듭날 때 고객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고객이 당신을 찾을 때 유통은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유통 및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유통업자에게 아부하고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면 수백리 길도 찾아온다. 아부는 내가 아니라 유통업자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우리는 더욱 고객과의 접속코드를 강력히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이며 대안이다.
이제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혹시 필자한테 이것 외에 유통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이고 거창한 대안을 기대했다면 큰 실망을 안겨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혹시 그런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실 것 같아 필자가 검토하고 있는 ‘다함께 차차차’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이 내용 속에서 여러분의 고민과 해답의 열쇠를 깨닫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사례> 다함께 차차차!
다함께 차차차는 설운도의 노래 제목이고 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근심을 털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잊자 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고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함께 차차차....“

이상하게도 차차차 후렴구를 따라하다 보면 왠지 힘이 난다. 뭔가 다시 힘을 내서 시작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이 문구를 선택했다. 아직 수치화된 검증단계는 거치지 않았지만 ‘차’ 3개만 모이면 도자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영국의 홍차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영국만큼 홍차를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국가도 없을 정도로 영국 홍차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이며, 세계적인 문화상품이다. 영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루에 차 네 잔은 거뜬히 마신다고 한다. 아침에는 Breakfast Tea, 정오에는 Tea Break, 오후 2-3시는 Afternoon Tea, 늦은 오후에는 Highnoon Tea로 불리면서 홍차는 영국 사회의 일상적 생활이 되었다. 그 종류만도 와인 종류 보다 많은 5,000여종이 넘는 다고 한다. 홍차 유통시장은 고급 백화점에서부터 경매시장, 심지어는 길거리 자판대까지 다양하다. 앞서 말한 유통경로가 셀 수 없을 정도다. 홍차시장이 뜨니 자연스럽게 웨지우드, 로얄알버튼, 포트메리온 등 도자기 산업도 덩달아 성장한다. 미술시장, 디자인시장도 예외 없이 성장한다. 이것은 영국만의 예가 아니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광주 MBC 차茶공예대축제’와 코엑스에서 열린 ‘티월드페스티벌’에 참여한 요장업체들에게 판매 동향을 물어보니 순수한 도자기 페어 보다 쏠쏠했다고 한다. 차茶 하나만 붙였는데 그 정도라면 영국처럼 하루에 차 세잔을 먹는 ‘차차차’운동을 펼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만들어 질까? 필자는 이것이 궁금해서 오늘도 엉뚱하게 설운도의 ‘차차차’를 따라해 본다.

 

1) 한국도자재단의 2009년 도자센서스 결과에 의하면 요장업체 수는 2006년 대비 약 1.8%의 증가한(2006년 1,845개에서 2009년 1,879개) 반면, 종사자 수는 약 8.8%(2006년 7,001명에서 2009년 6,387명)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림 1. 소비자 도자제품 구입 유통채널   *자료 : 「2009 도자센서스」, 한국도자재단


그림 2. 요장업체 국내 유통망 활용 비율   *자료 : 「2009 도자센서스」, 한국도자재단

그림 3. 국내 요장업체의 유통경로 분석    *자료 : 「2007 도자소비 수요창출 기본전략 및 프로그램 연구」, 한국도자재단


그림 4. 국내 요장업체의 경쟁력 현황   *자료 : 「2009 도자센서스」, 한국도자재단

그림 5. 가장 최근 구매한 브랜드 선호 비중   *자료 : 「2009 도자센서스」, 한국도자재단

 

최연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디자인 박사과정 수료
현재 한국공예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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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raz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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