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전쟁의 서막, 희토류 大亂
‘한・중・일 소재(세라믹)전쟁 실태보고’ 시리즈를 시작하며…
“채산성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80년대에 삼성그룹차원에서도 희토류 광권 확보를 위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이미 중국은 자국인에게 조차 희토류 광산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며 희토류 광물의 해외반출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그 시절 접근방식으로 취재를 할 생각이라면 애시당초 포기하는 게 낳다” 걸어 다니는 세라믹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세라믹기술원 김광진 박사를 찾아 이번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자문을 얻으며 들은 일성이다.
본지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지원 선정
잡지법 제정 후 첫 시행, 전문잡지로는 유일
지난달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노컷뉴스 등 16개 언론사를 2012년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지원 대상으로 선정, 발표했다. 언론의 심층보도 활성화와 뉴스 콘텐츠 발굴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번 사업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신문, 방송에 이어 잡지도 그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되었다는 점. 그리고 올해 본지를 포함한 총 5종의 잡지가 언론진흥기금의 혜택을 받게 됐다. 그렇다. 지난 2008년 잡지법이 제정된 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기획취재지원사업에 세라믹코리아가 전문잡지 중 최초로 이름을 올린 것. 그리고 본지가 제안한 주제가 바로 ‘한중일 소재(세라믹)전쟁 실태보고’였다.
일본과 중국의 현지취재 및 전문가 기고, 국내 세라믹산업의 실태조사 및 산학연관 정책좌담회 등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이번 시리즈는 희토류 대란 이후 첨단세라믹소재를 둘러싼 한중일 삼국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중요성에 비해 희토류 관련 자료 취약
적용범위 및 유통 과정도 제각각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하기도 전, 기자는 세라믹계에 몸담은 이후 은사처럼 모시고 있는 김광진 박사의 단호한 호통에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내 희토류는 1차 정제만 거친 저급원료가 아닌 각종 염이나 금속, 화합물 형태로 변형된 다양한 정밀화학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 전문가조차 그 윤곽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다변화한 희토류의 산업생태계를 화학식도 제대로 모르는 어설픈 기자가 그려보겠다고 나섰으니, 그것도 소재전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의욕만 앞세우는 기자에게 고개부터 젖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불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문을 얻기 위해 찾은 대기업 계열사의 첨단소재연구소 “나도 이런 보고서를 받아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최팀장이 한번 도전해보지 그래. 세라믹코리아에 기고도 하고 말이야” 순간, 자리를 주선한 인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림을 느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쁨보다는 험난한 여정에 갑작스레 끌어들인 미안함이 더 큰 무게로 다가오고, 무엇보다 이번 기획이 얼마나 많은 조각들을 맞춰야만 비로소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기본적인 밑그림을 볼 수 있는 보고서는 이미 확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토류의 중요성에 비해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적용범위 및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 소재의 물성을 좌우하는 희토류 원소의 특성상 세부적인 자료는 곧 기업의 핵심기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사례 수집을 위한 설문개시
독자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
하지만, 좌절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수없이 많은 조각들로 구성된 퍼즐을 맞춰가기에 이제 겨우 업계 입문 5년차 기자의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우선 국내기업의 희토류 관련 사례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6개월간 기자가 씨름해야 할 퍼즐이 수없이 많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사실 기자나 독자들의 대부분은 이미 그 완성된 퍼즐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알고 있지 않을까? 부분 부분 단편의 조각들로 전체를 유추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전체 윤곽을 가늠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전체 퍼즐의 일부만으로도 단편들의 원래 위치를 찾기가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리를 찾은 조각들은 빈자리에 무엇이 놓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 이다. 앞으로 6개월 후 본지가 어떠한 질문을 정책에 전달하고 또 건의할 수 있느냐는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희토류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기관, 대학이면 더 좋고, 아니어도 좋다. 이메일, 팩스, 1대1 대면접촉 등을 통해 설문과 자료수집을 진행할 예정이며, 형식에 무관하게 다양한 의견을 기다리고자 한다.
희토류 대란의 본질은 중국의 첨단산업 유치전략
일본의 소재, 한국의 부품산업이 핵심 목표
그리고 또 하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번 기획의 시발점은 바로 대한민국 정부의 희토류 대응전략에 정작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우는 중국은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지난 2010년 45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로 수출하는 완제품의 중간재를 한국에서 상당부문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2010년 361억달러의 대일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대지진 이후 다소 완화되고는 있으나 한국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고스란히 일본에 헌납하고 있는 것.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이 대부분 일본의 첨단소재와 부품에 의존하고 있음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일본의 소재를 한국이 부품으로 만들고 중국이 이를 조립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구조. 그런데 왜 소재강국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에 그처럼 맥없이 무릎 꿇고 만 것일까?
대한민국의 희토류 대응전략에서 세라믹은?
한중일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다면…?
기자는 묻고 싶다. 대한민국 정부에 묻고 싶다. 중국에 전 세계 생산량의 90% 차지하는 희토류가 있다면, 일본에는 전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세라믹이 있고, 한국에는 일본이 독과점하고 있는 세라믹에 목줄이 묶인 IT산업이 있다는데... 왜? 대한민국의 희토류 전략에서 세라믹은 보이지를 않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고민해 보고 싶다. 한중일 삼국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이 혹시나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한국의 전력과 FTA영토, 중국의 희토류와 거대시장, 일본의 기술과 장인정신이 함께 어우러져 말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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