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식(食)’열풍에 휩싸여 있다. 수많은 텔레비전 채널에서 너도나도 ‘음식’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끄는 쉐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음식을 눈으로 탐닉하고 열광한다. 이제 음식을 ‘먹지’않고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6월 4일부터 6일까지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박람회’는 위의 경향에 적합한 박람회였다. 단순히 음식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아니라, 식(食)공간과 음식 디자인 연출 등 국내 ‘식(食)문화’를 선보인 전시회였기 때문이다. 음식 문화 산업에 도자기와 같은 ‘그릇’이 빠질 수 없다. 올해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박람회’엔 도자기 중심지인 여주, 이천, 광주의 도자기 업체들이 참가해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대한도자기타일협동조합도 주최 측과 협력해 4개 도예업체에 부스를 지원했다.
‘의도’가 담긴 상차림
(사)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 한국푸드방송이 주최/주관하는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박람회’는 ‘식공간의 다양한 모습과 최신 경향을 선보인다’는 기조 아래 매년 개최되고 있다. 12회째를 맞는 올해 박람회에는 식품 및 음료, 식기, 테이블 웨어 파티, 데코, 플라워 용품 관련 업체와 전국 대학의 푸드스타일&코디, 요리 관련 학과 교수·학생진이 참가했다.
전시회 기간에는 ‘세계푸드코디네이터 올림픽’, ‘푸드그랑프리’, ‘학생창작급식요리 경연’등 다양한 경연대회가 함께 열렸다. 전시장의 1/3은 ‘세계푸드코디네이터 올림픽’ 출품 작품과, 대표 코디네이터들의 작품으로 꾸며졌고, 나머지 1/3은 요리 경연대회의 작품과 요리사들의 시연 음식들, 1/3은 도자기 관련 업체 부스와 기타 데코 용품, 식품 브랜드 부스로 채워졌다.
이번 박람회에서 (사)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에 속한 식문화 명인과 스타 푸드코디네이터들은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이나 상황의 ‘의도’에 맞춰 식(食)공간을 꾸며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각 대학 푸드스타일링 학과 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출품작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올해 ‘세계푸드코디네이터 올림픽’은 ‘한식에 사계를 입히다’라는 주제로 개최되었고, 경주대학교 외식·조리학부 푸드스타일링 전공 학생들로 이뤄진 두 팀이 대상(장관상, 서울시장상)을 차지했다.
두 팀이 출품한 작품 중, ‘가자 아프리카로~’는 한국의 오방색과 아프리카의 원색을 적절하게 매치해 자연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세련되게 표현했고, ‘킹스맨의 추도식’은 영화를 모티브로 한국의 제례문화와 제례음식을 서양식 테이블세팅으로 적절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서양 음식의 향연
박람회가 개최되는 삼일 간, 전시장 구석에 마련된 주방에서 끊임없이 요리가 준비되었다. 서울시 및 식품의약품 안전처 등의 후원을 받는 ‘푸드그랑프리’, 교육부의 후원을 받는 ‘학생창작급식요리경연’등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쉐프를 뽑는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외국인 한식경연대회도 함께 치러져 관람객들에게 요리 과정을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맛깔스러운 음식이 세팅되어 인기를 끌었다. 한식, 양식, 디저트 등, 각종 아이디어가 담긴 음식이 분야별로 나뉘어 전시되었다.
이번 ‘푸드그랑프리’단체전 대상은 전주기전대학 호텔조리과 전주 맛 창업 동아리가, ‘보건복지위원장상’은 계명문화대 식품영양조리학부 이희진, 김미나 학생이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이번에 수상자들이 미래의 한국식문화를 책임지는 귀한 인재들이 되길 바란다”며 수상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행사와 동떨어진 도자기 부스, 아쉬움 남아
‘대한도자기타일협동조합’은 도자기 기업의 판매 경로를 확장 시킨다는 의도 하에 이번 박람회에 총 4개 부스를 지원했다. 조합 지원으로 ‘들꽃마을’, ‘한상현 도자기’, ‘도성청자도요’, ‘애플하우스’, 총 네 개 도예업체가 최초로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박람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스타일링과 요리 경연대회가 주목받은 반면, 도자기 부스 등, 식용품 관련 부스가 입점해 있는 코너는 관람객이 거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메르스 여파로 박람회 전체 관람객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지만, 주최 측의 준비 부족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도예가는 “도자기, 소품 관련 부스는 구석에 몰려 있어 들리는 관람객이 거의 없다”며 “박람회가 ‘음식’에 치우쳐져 있어 식기, 테이블 소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는 아무래도 크게 홍보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내년 박람회 참가여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최 측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내년에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는 도예 업체도 있었다. 관련 도예가는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 의사를 밝혔다”며 “음식 행사 외에, 푸드 코디 소품 관련된 행사가 준비되고, 부스의 접근성이 높다면 생활도자기 관련 기업은 참여 할만 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 남용진 이사는 “도자기와 같은 다른 분야 조합과 협력이 처음이라 다소 준비에 미흡했던 것 같다”며 “내년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박람회에 이번에 나온 의견들을 조합해 더욱 알차고 참여기업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주학님기자 juhn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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