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소재/소자 AI/데이터 활용 기술 현황과 전망(2)
AI 및 데이터를 활용한 소재설계 기술 개발 동향
조성범_아주대학교 첨단신소재공학과 조교수
1. 여는 말
소재 산업은 한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축이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의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소재 산업은 더욱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이 붉어지며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의 수입에 차질이 생겼을 때, 국내 산업 공급망에서의 소재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국가의 전략물자로서의 위상을 모두가 볼 수 있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반도체의 high-k 유전체, 디스플레이의 InGaZnO, 배터리의 리튬 기반 세라믹 등 새로운 소재가 개발될 때마다 관련된 산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려왔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선점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안착시키기까지는 일반적으로 긴 연구 주기와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소재를 개발하고 상용화되는 데 있어 통상적으로 10-20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된다. (1) Materials Needs and R&D Strategy for Future Military Aerospace Propulsion System, National Research Council (2013)).
항공재료인 두랄루민은 20년, high-k 유전체는 15년, 배터리 양극재는 20년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 일반적으로 소재를 개발하는데 있어 필요로 하는 시간은 표 1과 같다. 이처럼 새롭게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큰 파급력을 가지지만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기에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표 1. 개발 단계별 소요 시간
개발 단계 | 개발 소요 시간 |
기존 소재를 비핵심 부품(non-critical component)에 적용하기 위한 개선 | 2 ~ 3년 소요 |
기존 소재를 핵심 구조 부품(critical structural component)에 적용하기 위한 개선 | 최대 4년 |
이전에 경험이 있는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신규 소재 (New material with a system for which there is experience) |
최대 10년. 주로 소재 조성 및 공정 파라미터를 정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포함함 |
완전히 새로운 소재군(New materials class) | 20~30년. 소재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기법 및 산업 기반(복수의 원천 공급처와 경제성 확보 등)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포함 |
소재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이유는, 결국 “설계 → 합성 → 평가 → 재설계”라는 반복적 과정을 거치며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재의 물성은 화학조성, 결정구조, 불순물, 공정 조건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그중 하나라도 변화하면 예상치 못한 물성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일일이 실험해야 하거나, 이론적 모델을 활용해 추정·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법이 이러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줄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양의 실험 데이터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고성능 컴퓨팅 파워와 AI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물성 예측과 최적화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다차원적으로 얽혀 있는 인자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스스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후보 소재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공지능을 아주 짧게 정의해보자면 ‘주어진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고, 이를 이용해 유용한 일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데이터인데, 이에 어떤 데이터를 주느냐에 따라 그 활용 전략이 매우 달라지게 된다. 제일원리계산(First-Principles, DFT)이나 분자동역학(MD)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이용하면, 이론 계산에서 얻어지는 여러 물성 등을 빠르게 추정해볼 수 있다. 실험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확보된 물성 데이터베이스와 합성 프로토콜을 AI가 분석해, 기존에 놓쳤던 관계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최적 공정 조건을 제안하는 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앞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사례가 보여주었듯이, 소재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국가 산업의 근간과 직결되어 있다. 소재 자체가 국가적 전략물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소재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AI와 데이터가 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Materials Genome Initiative(MGI) (2) https://www.mgi.gov/)나 한국의 소재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세라믹, 반도체, 2차전지 소재 등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거나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라는 점에서, AI 기반 소재 개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빠르게 축적되는 실험·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점차 정교해지는 AI 알고리즘이 만나면, 그 시너지는 기존 개발 모델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림 1. AI를 학습시키는 소재 데이터 종류의 개요
이 글에서는 AI 및 데이터를 활용해 소재 설계 기술을 어떻게 진전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접근이 왜 중요한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아가 기존의 반복적 연구 프로세스를 어떻게 효율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산업이 어떤 전략으로 새로운 소재를 확보해나갈 수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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