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공영래 도예가
중국 고어에 보면 ‘호가장창불락(好歌長唱不樂)’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말도 자꾸 반복 하면 귀에 거슬린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나쳐도 괜찮은 말이 있다면 그것은 칭찬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서 (재)세계도자기엑스포에 대해 보다 많은 격려와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차기 세계 도자 비엔날레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축제에 대한 그 역할과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재)세계도자기엑스포가 변하고 있다
올해 초 남기명 총장(재단법인 세계도자기엑스포)이 새로 부임하고부터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사사로운 것 까지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주최로 지난 6월 19일과 20일에 열린 <한국 도자 발전 전략> 세미나를 보면서 엑스포 관계자들이 지역 도예인들을 위해서 그리고 도예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생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원래 세미나가 연례적이고 의례적인 행사를 치르는 수순이었으나 이번 세미나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몇 가지가 있었다.
6월 19일 세미나는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으로 필자로서는 부연설명을 하고 싶지 않은 점을 밝히고 6월 20일 둘째날로 넘어가자, 광주요 조태권 회장의 생동감 있고 현장감 있는 초일류 사치품을 만들자는 내용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세미나 내용이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얘기가 있다.
도예인들이 성공 사례를 벤치 마킹하는데는 비슷한 규모와 경제적 여건과 시스템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속이 좋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엑스포 관계자들은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재)세계도자기엑스포가 변하고 있는 건 그들이 도예인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도예인들 곁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일들이 많지만 무엇이 서로를 위해 필요하고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세계도자기엑스포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공무원 신분을 가진 사람, 엑스포 재단의 직원, 그리고 계약직으로 그 직책과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필자는 이유야 어떻든 구성원들의 신분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신분상 제약과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차이가 불협화음이나 위화감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엑스포 직원들의 신분은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치르는 동안 그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오래 동안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비엔날레 행사와 지역 축제는 분리되어야 한다
‘제1회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를 마치고 2년마다 순수 비엔날레로 그 행사를 추진하고 개최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았다. 지역축제와 비엔날레 행사는 서로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생관계와 상호보완적인 처지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외형적 규모 확대는 향후 서로를 위해 좋지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비엔날레는 도예인들을 위한 방향과 그 비전을 제시해 주고 지역축제는 그야말로 도예인들 자신과 일반인들을 위한 축제 한마당이 펼쳐져야 한다.
이것은 분리 개최되어 구분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일본에서 국제도예공모전이나 국제적인 행사가 지역축제와 별도로 개최되고 추진되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행사와 축제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행사의 성공 여부를 규모와 관람객 숫자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관 주도의 행사가 대체적으로 내용보다는 규모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차기 세계도자비엔날레는 순수 비엔날레로 그 격조 높은 도예세계를 창출하고 국제적인 흐름과 정보 교환의 장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 싼 주변 환경을 보면 일본이 미노 국제 도예 공모전, 2005 아이치현 박람회 등과 국제 도예 행사로 그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2004년 ‘경덕진도자기1000년경전’을 준비하는 중국은 역사성을 가지고 특색 있는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비엔날레 성격을 규정하고 주변국과 우리 것을 잘 조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인 것이다.
불황! 그 타개책은 경쟁력이다
삼성 경제 연구소는 ‘앞으로 10년 후 우리는 무엇을 팔아먹고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연구하고 몇 가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10년 후 무엇을 만들어 먹고 살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비아냥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 당장도 만들게 없다고 아우성들인데 무슨 10년 후냐고 말이다.
그러나 80년대 초 미국이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때 클라이슬러 자동차의 아이아코카 회장은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써서 위기를 극복했던 일화가 있다.
우리는 개개인의 면모를 보면 남보다 자신이 좀 앞서있는 기술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것이 바로 경쟁력인 것이다. 남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 특성을 살려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불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아나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정보화 시대로 넘어 오면서 우리는 다음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다음 콘덴츠는 문화라고 한다. 문화 예술을 어떻게 상품으로 포장하여 팔 것인가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도예인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재)세계도자기엑스포’는 향후 그런 역할과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계층, 지역, 학교를 포용하여 소외된 감정이 없도록 하고 지방 작가나 학교에도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도예인들이 다 같이 힘을 모으고 참여하는 일이 경쟁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도예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 프로그램이다
긴 불황에 도예인들이 다들 어렵다고 하고 그 중 가장 시급히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자금 지원이라고 한다. 이런 도예인들의 의견을 모아 ‘(재)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는 지난 7월 23일 이천 미란다 호텔에서 제 1회 경기도 도자 포럼에서 ‘중소기업 육성 자금 지원 계획’과 ‘신용보증 재단 특례 보증기름 지원현황’을 가지고 도예인들의 모임을 가졌다. 전례에 없던 일이었다. 이런 점들이 ‘(재)세계도자기엑스포’가 변화하고 있는 증거이다. 도예인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헤아릴 줄 아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날, 생각보다 많은 도예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고 그 후 이천지역에서만 30~40개 업체가 자금지원 신청을 했다고 들었다. 기업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데는 컨설팅회사가 필요하듯, 도예업체의 문제가 자금인지, 디자인인지, 제작기법인지, 케미컬적인 문제인지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재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잘 되는 기업이 있듯이 자생력 있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재활 프로그램이야말로 도예인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재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요업기술원’, ‘도예 관련 대학’ 등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 기능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활 프로그램인 재교육 실행은 칭찬과 더불어 차고 넘쳐도 괜찮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성공적인 국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해 보고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임직원 및 모든 도예인들의 건투를 빈다.
필자약력
원광 대학교 도예과 졸
단국 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졸
세계 도자기 엑스포 워크샵 초청작가
일본 세또 레지던스 초청작가
원광 대학교 도예과 강사
이천 현선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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