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로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그룹의 산업도자 디자인과 예술유리?
연대순으로 보는 로얄 코펜하겐의 역사와
덴마크 산업도자디자인 양식 변천사⑷
- 로얄 코펜하겐의 ‘청화 자기’생산과정
글/김정아 스웨덴리포터 사진/로얄 코펜하겐 제공
1. 자기 장식가의 공예성
로얄 코펜하겐의 완전 장식된 ‘블루 훌루티드(Blue fluted full lace)’ 접시 하나의 하회 장식을 완성하려면 1197회의 붓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청화 자기 장식가들에게는 참을성과 섬세한 핸드 페인팅 기교가 요구된다. 고도의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핸드 페인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자기 장식 방법은 오늘날 많은 자기회사들로부터 새로운 기계식 장식 기법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로얄 코펜하겐은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로얄 코펜하겐은 자기 장식가의 공예성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핸드 페인팅 방법만이 가볍거나 무거운 질감과, 색채의 가늘고 긴 두께, 전통적인 자기의 문양을 생명력 있게 살아나게 하는 장식가 개개인의 공예성을 가져올 수 있고, 이 점만이 다른 기계적인 장식기법을 사용하는 회사들의 제품들과 다른 특별한 제품 차별을 지니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자기 장식가의 공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로얄 코펜하겐에서는 신세대 자기 장식가들을 끊임없이 훈련시키는 것이 불가피 하다. 이 회사의 많은 젊은 세대의 자기 장식가들은 매일 오랫동안 숙련된 기성세대의 자기 장식가들 옆에 앉아 장식 기법을 익힌다. 이들이 ‘블루 훌루티드’와 ‘푸른 꽃’ 제품의 기본적인 패턴을 익히는데는 약 2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2년의 기본 패턴 훈련 뒤에는 점점 더 어려운 장식 기법을 익히는 훈련이 거듭되고 수년에 걸친 고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이런 훈련이 끝나야만 한 명의 새로운 자기 장식가가 탄생된다. 전통적인 자기의 생산 방식은 장식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분야의 노동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훌륭한 기술의 석고틀 제작자들, 물레 기술자들, 원형 기술자들은 없어서는 안될 기술진들이며 완전 장식된 블루 훌루티드의 레이스 부분을 투각 하는 과정과 푸른 꽃 제품의 바구니 짜임장식의 투각과정에 투입되는 최고 기술의 투각공들이나, 푸른 꽃의 로코코 양식의 조각 손잡이들을 제작하는 조각공들 역시 빠질 수 없는 노동력들이다. 로얄 코펜하겐의 청화 자기 제품들은 장석과 고령토와 규석을 혼합하여 점토를 만드는 원료파트부터 소성온도와 정확한 공기의 투입량을 계산하고 조절하는 가마공정까지 이러한 전통적인 자기 생산 방식 전과정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와 기술진들의 팀웍에 의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공정 중에서도 로얄 코펜하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과정은 청화 장식 공정으로서 전통적인 청화 자기의 문양에 각 장식가들이 그들의 예술성과 삶을 부여하는 일이다.
2. 청화자기의 장식
블루 훌루티드와 푸른 꽃 제품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기법에 의해 장식되며, 공통된 점은 모두 프리 핸드 페인팅(Free hand painting) 기법에 의존하며 꽃을 장식의 모티브로 하고 코발트 블루를 장식 원료로 사용하며 시유전 하회장식을 한다는 것이다. 완성된 두 가지의 제품 모두 겉보기에는 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접시 한 개를 장식하는데는 숙련된 장식가가 최소한 한시간 반을 쉴새없이 붓칠을 해야만 단순 장식 접시 한 개의 장식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청화자기 제품들 중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제품은 로코코 양식의 촛대인 54㎝의 칸델라브라(Candelabra)로서 최고의 장식가가 약 이틀에 걸쳐 장식을 해야한다. 또한 이 제품은 53개 조각의 몰드로 까다로운 성형과 조각과정을 거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개의 블루 훌루티드 접시를 장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장식가는 손 물레 위에 접시를 올려놓고 여러 차례 물레를 돌리면서 원형의 선들을 그려 넣고 원형의 선들이 그려진 접시의 표면에 각 문양이 들어갈 지점의 표시를 한다. 다음은 원형 내부를 4등분하며 각 등분 선에 두 줄씩의 경계선을 그려 넣는다. 가장 중심에 잇는 원형 선은 접시의 지름의 약 4분의 일에 해당한다. 작은 잎사귀들에 둘러싸인 국화문들을 먼저 그려 넣고 가장 중심부에 가는 세필을 사용하여 풀잎들을 묘사한다. 네 번째의 바깥쪽 부분에는 클로버와 꽃잎이 벌어진 장미들, 국화문들, 잎들이 달린 구부러진 꽃의 가지들이 채워진다. 가장자리 부분은 마지막 장식 부분으로서 가장 섬세한 장식을 하고 이 장식이 끝나면 전체 장식된 면을 검토하며, 최종적으로 각 장식가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장식을 그려 넣고 사인을 한다.
3. 장식가들
매일 아침 각 작업실 실장들은 모든 장식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 각각의 장식가들이 그 날 각자 장식하고 싶은 제품의 아이템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청화자기 하회장식가들의 작업실은 1884년이래 코펜하겐의 경계선에 있는 후레데릭스베리 지역에 위치한 로얄 코펜하겐 공장의 가장 오래된 건물에 있다. 여기에 근무하고 있는 장식가들 중 블루 훌루티드와 푸른 꽃 장식만을 전담하는 장식가들은 약 200여명이다. 여기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한 장식가는 작업실이 본인의 두 번째 집과 같다며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수십 년 간 똑같은 장식을 하는데 싫증이 나지 않냐는 질문에 자신은 단 한번도 똑같은 장식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200여명의 장식가들은 이 건물의 여러 층들과 많은 작업실에서 나누어 작업하고 있었으나 모든 방들의 분위기는 비슷했다. 각 작업실에는 냉장고와 전자 렌지, 커피기, 식탁보가 덮여진 휴식용 테이블과 소파, 간식용 케이크와 과자들, 음료수와 꽃들이 꽂힌 화병들이 놓여있었고, 가족들의 사진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퇴근한 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야할 쇼핑리스트가 붙어 있다. 작업대에는 붓들이 가득 꽂힌 붓통과 코발트 블루 팔레트, 작업중인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놀란 점은 거의 대부분의 장식가들이 헤드폰으로 무엇인가를 들으며 작업 중이었는데 그들이 듣고 있는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테이프로 녹음된 문학작품들이었다는 점이었다.
4. 청화자기 장식에 사용되는 코발트 블루의 배경
고온소성되는 하회장식자기의 특성은 다양한 색채의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소수의 고온소성용 하회 장식 색채 중에서도 고온과 유약의 용융에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색채는 코발트 블루로서 이 색채는 코발트를 주원료로 한다. 최근 들어 로얄 코펜하겐에서는 금을 주원료로 조성된 밤색 계열과 크롬을 주성분으로 조성된 녹색계열, 이외에 성분을 밝히지 않는 노랑과 회색계열의 색채들을 개발해 이 색채들의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코발트 블루는 고대로부터 자기제품들의 장식에 가장 많이 사용되어진 색채로 중국에서는 약 700여 년 전부터 사용되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세기에 유럽인들이 재발견한 유럽식 자기는 그 원료의 차이점과 소성후의 특이점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중국의 자기와 가장 유사하게 모방된 것이 최고의 환영을 받았으며, 18세기 이후에도 이러한 유럽인들의 기호는 크게 변하지 않아 끊임없이 중국자기를 모방한 청화자기들이 생산되었다. 로얄 코펜하겐에서 코발트 블루를 하회장식자기에 사용하는 이유는 사실상 이런 역사적인 배경에 영향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생산공정
로얄 코펜하겐 청화자기의 점토는 전통적인 경질자기 점토조성과 마찬가지로 고령토, 장석, 규석을 주원료로 하며, 전통적인 물레성형과 기계성형을 병행해 성형되고 있다. 투각까지 완전히 끝난 제품들은 24시간동안 건조를 한 뒤, 섭씨 약 960도로 60시간동안 초벌구이를 한다. 초벌구이된 제품에 청화장식을 한 후 장석, 규석, 고령토, 활석, 백운석 등을 원료로 혼합된 투명 자기유를 시유하고, 섭씨 1430도로 36시간동안 재벌구이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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