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관호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교수
짱 쇼우쯔. 1932년생 현재 나이 일흔 하나. 1954년 중앙미술학원 공예미술과 도자전공 졸업. 1956년 같은 학교 대학원 졸업 이후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
후진 양성 외에 중국도자공업협회 고문, 중국 문화부 예술품 감정위원회 위원 등의 사회활동 및 중국 전통조형, 송대 자기와 쯔샤(紫砂)도예, 세계의 식기 및 호텔웨어 연구 등의 다양한 연구경력이 있다. 또한 디자이너로서 도예가로서 많은 수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1992년에는 중국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 훈장을 수여 받았다.
이외에도 많은 경력과 활동이 있으나 생략하는 것은 현재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작품제작과 사회활동 등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경력이 더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중국의 도자에 대해 문외한이다. 작년 포샨(?山)에서 열렸던 도자엑스포의 학술회의에 참가하고 난 뒤 우연히 알게 된 판팽린이란 작가를 통해 중국현대도예의 무한한 가능성과 발전적 요소를 감지하고 소개한 바 있다. 그 이후 올해도 운 좋게 산뚱성(山東省) 츠보(淄博)의 학술회의에 초대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짱 쇼우쯔 교수를 알게 되었다.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작품소개를 통해 중국 쯔샤도예를 설명하는 한편 자신이 주력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피력하였다.
지금도 지키고 있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은 석사과정 재학시절 지도받았던 쭈따니엔(祝大年)교수의 一把尺子,一?量杯였다. 한자루의 자와 한 개의 계량컵을 의미하는 이 말은 당시 그가 연구과제로 받았던 현대 생활도자기디자인을 위한 자료를 측정할 때 사용하였던 도구이기도 하였다. 쭈따니엔(祝大年)교수는 그것들을 건네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것은 물론 세계 유명브랜드의 식기들을 측정 분석하고 그 규범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훌륭한 디자인을 가르칠 수 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40여 년 전의 그 말이 지금까지 자신의 수업시간에 예외 없이 적용되었고 실습 또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게 된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대학원을 마침과 동시에 교편을 잡으면서 당시의 대학원장인 짱띵(張?)교수의 지시에 따른 전통쯔샤(紫砂)예술의 연구였다. 그는 허베이성(河北省) 핑추앤(平泉)출신인데다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차문화와 쯔샤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3년의 기간을 통해 베이징고궁박물원, 샹하이박물관, 난징박물원및 화가 탕윈(唐云)의 소장품 등 쯔샤 천여점과 명, 청의 쯔샤다도구 중에서 500여점을 골라 조형적 측면에서의 분류, 용량의 측정, 도자기 표면의 명문 및 작가의 예술적 스타일 등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쯔샤도자의 의미와 조형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그의 디자인개념과 조형표현은 쯔샤전통문화의 특질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쯔샤도자는 다른 태토로 만든 것에 비해 차의 그윽한 향을 유지시켜주며 찻물도 변질되지 않게 하는 등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쯔샤는 이중 기공구조의 다공성재질로써 기공세밀도가 높아 높은 흡착력을 지니며 차향을 스며들게 하고 증발량을 높여 차의 맛을 깊게 한다.
더욱이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뚜껑을 함께 소성한다. 일반적으로 시유도자의 경우는 뚜껑과 몸체와의 간격이 약 3mm내외인데 비해 쯔샤는 0.5mm 이하이므로 기밀성이 높다. 아주 작은 것도 등한시하지 않고 세밀하게 하는 기밀성 있는 구조 때문에 일반 도자기에 비해 공기중의 누룩곰팡이균이 들어갈 틈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차가 변질되거나 상하는 시간이 늦추어진다. 또한 일반 도자기는 산성이기 때문에 차가 쉬 상하고 만약 알카리성이 너무 강하면 차의 맛을 쓰게 하지만 쯔샤의 PH값은 중성이어서 차가 쉬 상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짱 쇼우쯔는 오랜 기간 그것의 디자인개발에 몰두하여 현대적 감각의 쯔샤작품을 창작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작품 ‘曲’
여러 가지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曲’은 그의 디자인 성향과 조형적 특질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생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정치한 조형적 탐색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의 디자인은 ‘마이너스 수학’이며 추상적 조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티량후(提梁壺)양식 즉 손잡이가 몸체의 위에 위치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이런 디자인은 쯔샤 외의 다른 도자기 제작기법을 적용시키면 원료와 성형기법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까다롭고 제어 또한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쯔샤는 원료의 물리적 특성과 제작방법 등이 그러한 조형구조를 실현케하고 형체와 공간감의 처리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曲’은 달팽이껍질의 유기적 형태 즉 자연물의 나선과 점개선(漸開線)을 조형의 모티브로 하고 있다. 형태의 중심은 아래쪽에 두고 굽쪽의 지름을 작게 하여 형태 바깥의 공간감까지 의식하고 있다. 몸체와 뚜껑이 만나는 부분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상승하여 손잡이가 되었다가 다시 몸체를 지나 물대로 연결되는 원을 그리면서 자연스러운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선의 연장은 전체적으로 달팽이의 생태적 이미지는 물론 동세까지 느낄 수 있게 하며 특히 물대의 살짝 구부러진 끝부분에서 그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끊어지지 않는 유연한 곡선의 흐름은 단지 조형적 아름다움의 추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물대의 끝에서 몸체 끝까지의 길이는 물을 따르기 가장 적절한 길이와 각도로 계산되었으며 이는 앞쪽을 약간 높이고 뒤를 낮추어 잡고 따르기 편한 손잡이의 구조와 상통하고 있다. 따라서 “曲”은 조형성을 겸비한 인간공학적 구조를 가진 과학적 산물이기도 한 셈이다.
이 즈음에서 다시 작가의 생각을 살펴보자.
‘曲’을 디자인하는데는 형태 뿐 아니라 그것의 외부공간도 꼭같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회회화이론 중에 以白?? 즉 白이 곧 ?이란 말이 있듯이...
또한 조형을 얻기 위한 형식 미감의 요소는 전통 쯔샤조형 중의 ‘추어치우후(?球?)’, ‘판구후(?古?)’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曲’의 손잡이 내부공간과 전체를 이루고 있는 형태는 좋은 대비를 이루면서 조형적 동세를 증가시킨다. 뚜껑이 있는 부분에서 점개식(漸開式)방식의 내부공간이 시작되는 것은 마치 태극이 맞물려있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조형적 형태와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와같은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작은 찻주전자 하나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사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曲’의 제작년대가 1988년임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으로 쯔샤도자에 몰입한 후 30여년이 지났으며 작가의 나이가 56세에 이르렀을 때의 일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짱 쇼우쯔라는 만년의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예술이 나이를 먹을수록 완숙한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짱 쇼우쯔의 작은 찻주전자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두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찻주전자지만 거기에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정열이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쯔샤의 원료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짱 쇼우쯔의 말대로 쯔샤의 원료가 다른 태토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흙이라는 사실이다. 흙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건조전의 비틀림과 수축률은 피해갈 수 없는 취약점이다.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계산하여 완벽한 조형을 이루어내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경험과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모두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자는 중국의 도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89년 진시황병마용 취재 이후 중국은 필자뿐 아니라 우리에게 먼 나라였으며 더욱이 도예문화에 대해서는 크게 소개된 바가 없다.
부분적으로 징더전(景德鎭), 이싱(宜興) 등 지역명만 알려졌을 뿐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은 생소하다. 특히 현대 중국의 도예에 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는 중국은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였다. 현재 미국 도예계에서 부동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리차드 노킨은 이싱 쯔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였다. 노킨 외에도 몇몇 작가들 역시 쯔샤가 가진 매력에 심취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미국적 쯔샤를 창조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이지만 짱 쇼우쯔와 그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오랜 전통을 현대화하여 새로운 조형의 지평을 여는 그의 열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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