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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의 옹기종기 이야기(1) 흙은 자연이며 생명이다
  • 편집부
  • 등록 2004-07-24 01: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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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의 옹기종기 이야기(1) 흙은 자연이며 생명이다 독막 바깥뜰에 크고 작은 옹기들이 놓여져 있다. 더러는 같은 종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거기에는 선대 때에 만들어진 항아리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그의 형제들이 만드신 옹기도 있으며, 물레 대장님들의 솜씨도 보이고 나의 보잘 것 없는 그릇들도 보인다. 또 나의 처가 만든 것과 우리 아이들이 빚은 옹기도 자리하고 있다. 그저 자연과 친하게 있어 공방을 찾는 이들에게도 좋은 벗들이 되어주는 듯하다. 그중 엎어놓은 중독위에 저박지를 올려놓고 바네기(뚜껑)를 덮어놨는데 저박지의 중간쯤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 그 구멍 나 있는 저박지에 무슨 일이…? 지난 봄부터 뱁새가 드나드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뱁새의 맨션, 즉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사랑의 결과물들을 낳았던 것이다. 헤아려보니 열 개의 알이 있지 않았겠는가. 지금은 몇 마리가 부화하였고, 뱁새는 계속 품으면서 부화를 재촉하고 있다. 아마도 옹기 집을 차지하고 있는 뱁새는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듯이 보인다. 왜냐하면 가장 안전하고 완전한 집이기에 말이다. 그 보다 더 나은 집은 없을 것 같다. 다른 날짐승의 침범도, 파충류나 쥐도 얼씬거릴 수가 없겠으니 그 집의 차세대 뱁새들은 얼마나 건강한 2세가 되겠는가.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그저 부럽고 자연의 대 역사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런데 더더욱 자연의 섭리 앞에 할 말이 없는 것은 이 뱁새 가족이 작년 이맘때에도 여전히 자기들의 맨션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모르긴 해도 내년 이맘때도 또 다른 뱁새들의 천국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그들의 처소(옹기)를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입가로 번진다. 이러한 즐거움은 아마도 옹기가문의 기쁨이고, 창조자의 섭리를 이해하는 단초이며, 나도 그 대열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크나큰 긍지를 갖는다. 흙은 자연이며, 또 다른 자연의 시작이고 마침이다 인간의 문화는 흙으로부터 탄생되었으며 흙으로 꼴지어져 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흙이 갖는 기본적인 속성들을 외면한 채 다른 물질들이 속속 개발되고 그것이 최고인 양 그 시대 시대를 풍미해 왔다. 그로 인해 인간 생명에 여러 가지의 위해를 가져와 죽음을 맞고, 그러면서 변모해온 인간의 역사이다. 그러나 초 현대라고 하는 21세기의 오늘 우리는 다시금 흙에 대한 도전과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주를 날으는 비행기의 핵심 부품이 흙으로 만들어서 고온으로 구운 것들이며 우리들이 평생 거하며 살집도 요즈음은 흙으로 짓는다. 지난 시대의 어느 현자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고 했던 말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 적절한 교훈으로 들린다. 모든 물질의 시작이 또한 흙이다. 흙은 자연중의 자연이다. 생명의 태동 역시 흙에서부터이고, 그것의 마침 또한 흙인 까닭이다. 생명의 흙, 이것이 갖는 원초적 생명력은 무엇인가 손맛을 통해 탄생된 그릇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연적인 본디 흙을 가지고 무언가를 담아 쓸 수 있는 그릇이 아닌가 싶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가치중의 가치는 우리 몸을 위해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만들어 담는 그릇, 옹기인 것이다. 기본적인 양념의 재료가 되는 간장, 된장은 물론이고 음식물을 담는 그릇으로 또는 저장하는 그릇으로 옹기만한 그릇이 없다. 이는 예전부터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확실한 사실이며 순수한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예이다. 옹기의 과학-자연과 현대가 만났다 우리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현상을 ‘숨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옹기가 숨을 쉰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그릇의 여러 표면에 숨구멍이 있어서 유기적으로 공기의 유통을 조절하는데 그 속에 담겨진 내용물에 따라서 조절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식수문제가 심각한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이 옹기야말로 우리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책임질 확실한 매신저가 되는 것이다. 일례로 수돗물을 2~3일 담아두면 자체적으로 정화하여 1급수의 좋은 물이 된다. 셋째, 썩지 않게 하는 기능, 즉 방부의 기능을 가졌다. 옹기 이외의 그릇에 담아 냉장고나 밀페된 공간에 두어보면 알 수 있는데 일정의 시간이 지난 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좋은 기능과 장점들이 많이 있는데 차츰차츰 풀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그리고 옹기를 만드는 흙에서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서술하므로 옹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한다. 또한 옹기에 얽힌 이야기 및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필자가 아는 한 다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모쪼록 지면을 통해 옹기를 배우고자하는 후학들에게도 참고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몇 회에 걸쳐 연재할 것인데 옹기와 관련해 독자들의 격려와 이해, 그리고 제보도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옹기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우리들의 손맛을 통해 크고 작은 옹기가 탄생되듯이, 생각을 통해 무엇이든지 담는 그릇이 만들어져 우리들의 그릇(사람도 때로는 그릇으로 나타냄) 크기도 각자가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이학수씨는 전남 보성 미력면에서 9대에 걸쳐 300여년간 전통옹기를 고집스레 지켜온 미력옹기의 대표이며 중요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전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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