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항아리에 담은 심의心意
글 김한준 _ 성보갤러리 전시실장
옹기들이 풀어내고 있는 작품적 형식과 내용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예 작가들의 영원한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전통과 혁신에 대한 생산적 관계정립을 위한 탐색과정이다. 이번 곽경태 개인전도 현재 나타난 결과물로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와의 탐색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작가 곽경태의 전통과 현대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고전적 기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기법으로부터 탈피하여 현대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에 대한 실험을 통해 작가의 심의心意를 담아내고자 하는 구상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곽경태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개인적 역사성을 의욕적으로 끌어들여 큰 항아리의 이미지와 주변을 따뜻한 생명의 안온함으로 에워싸고 있는 고운붓과 거친 싸리붓으로 그 이미지를 환치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상징이기도 한 큰 항아리의 이미지 속에는 대상 저 너머의 무언가를 암시하는 붓질이 적절히 혼합해 빚어낸 작가의 의도적 장치들이 아직은 낯설거나 걸러지지 못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것은 형식적 기법 실험의 단계를 딛고 재료나 표현을 뛰어넘어 무엇을 어떻게 사유하여 어떻게 표현하였는가라는 전통적인 동양적 사유의 현대적 실천과 맞물린다. 그것은 작가 곽경태가 풀어나가야 할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한 예술적 가치는 자랑하여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덕목을 체득하여, 가장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동양적 사유구조를 작품에 접목시킬 때 작가로서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여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갖고 있는 은밀한 끼와 욕구들의 생명과 열정을 다양한 색조로 물들인 바탕위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율동은 바로 건강한 생명력의 표출이다. 특히 전통의 격식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구도와 의도되고 모호하게 중첩된 윤곽과 형태 속에는 작가가 숨을 불어 넣은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과 상징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전통성과 현실성의 만남이라는 곽경태의 의도적인 시도에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지나친 욕심과 군살이 상당 부분 묻어나고 있다. 과도기로서의 하나의 과정 속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이를 잘 정련하여 가다듬고 승화시킨다면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과 관조를 통해 한층 성숙된 작가 자신의 선명한 실존세계가 보다 잘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곽경태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작품세계는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담금질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산뜻하게 와 닿는다. 물론 이번 전시가 예술계에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는 통과의례로서의 전시회로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작가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조건들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다듬고 가꾸며, 흙을 만지는 순수한 마음으로, 흙 속에 영혼을 불어넣는 창작의 몸짓으로 그 본질을 잃지 않고 나가야 할 책무도 이번 전시에서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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