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存道 공학박사 / 경남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1. 머리말
세계 반도체시장 2위, TFT-LCD 분야 세계 1위, 유기 EL 세계 1위를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도 부품소재 관련 분야를 특성화하여 소재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세라믹 소재도 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소재 기술에서 중요한 두 축은 제조기술과 평가기술이다. 새로운 소재, 또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조한 물건을 평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물성과 구조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제조공정 개선이 이루어지고 신뢰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며, 또한 역공학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품소재 산업이 발전하려면 특성평가 기술이 발전하여야 한다.
특성평가는 구조분석, 물성평가, 수명평가의 세 부분이 있는데 구조 분석을 통하여 부품 소재의 미세구조, 결정구조, 결함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물성평가와 수명평가 데이터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정밀한 기술이 요구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구조분석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도구로서 그 원리와 사용법에 대한 재료기술자들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만 일부 대학이나 대기업 연구소 이외에는 그 기초지식이 낮고 활용도도 낮은 편이다.
본고에서는 투과전자현미경을 소재기술 연구·개발에의 응용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먼저 투과전자현미경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두 번째로 투과전자현미경으로는 무엇을 분석할 수 있으며 분석을 위해서 사용자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2. 투과전자현미경의 원리
가. 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은 일반 과학실험에 사용되는 광학현미경과 놀랄 정도로 닮았다. 투과전자현미경과 광학현미경은 광원역할을 하는 전자총과 램프를 갖고 있고 집속렌즈를 갖고 있으며 시편을 통과한 후 영상을 형성하는 대물렌즈와 이를 확대하여 스크린에 투사하는 투사렌즈 또는 대안렌즈를 갖고 있어서 거의 구조가 같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투과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에 비하여 100배 이상 고가의 장비로 활용된다. 왜 그런가, 분해능 때문이다. 분해능을 결정하는 것은 빛의 파장이고 200nm 최소파장의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의 분해능 한계는 약 100nm이다.
광학현미경을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도 0.1 마이크론 이하 크기의 물체는 볼 수 없다는 말이다. 투과전자현미경은 빛 대신에 전자를 가속하여 전자파를 만들어 사용하므로 그 파장이 200kV의 가속전압에서 0.0025nm로 훨씬 짧고 분해능도 0.1~0.3nm로 훨씬 높다. 이 때문에 나노미터 스케일의 원자, 결정핵, 입계, 결함 등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나. 기능
투과전자현미경으로는 영상분석, 회절분석, 분광분석의 세 가지 분석을 할 수 있다. 영상분석은 가장 기본적 기능으로서 투과빔을 관찰하는 명시야와 회절빔을 관찰하는 암시야의 두 가지모드를 적절히 사용하면 입계, 전위, 석출물, 이차상 등의 모양, 크기, 분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의 배율은 100~150만배까지 올릴 수 있는데 고배율에서 투과빔과 회절빔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하면 고분해능상을 얻을 수 있다. 고분해능상에서는 고분해능 격자무늬를 통하여 단위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고분해능 구조상을 통하여 단위포내의 원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자현미경 스펙에서는 이를 구분하여 선분해능 0.13nm, 점분해능 0.2nm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회절분석을 통하여 회절도형과 키쿠치 도형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분석하면 재료의 결정성, 결정구조, 격자상수, 대칭성, 결정방위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분광분석 기능은 투과전자현미경에 엑스선분광분석기(EDS) 또는 전자에너지손실 분광분석기(EELS)를 부착한 경우에 가능하다. 엑스선분광분석기는 전자파와의 비탄성 충돌에 의하여 시편에서 발생하는 엑스선을 반도체 검출기로 검출하고 그 에너지를 읽어냄으로써 시편내에 들어있는 원소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는 장치이다. 작은 프로브를 사용하면 공간분해능을 10nm까지 낮출 수 있다. 그 이하의 프로브를 사용하면 전류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분석이 힘들지만 전계방사형 전자총을 장착한 FE-TEM을 이용하면 휘도가 높으므로 1nm까지 분해능을 낮출 수 있다.
에너지손실분광분석기는 경량원소 분석에 특히 유효하지만 백그라운드가 높아서 정량분석은 EDS보다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매핑 기능과 에너지필터링 기능을 이용하면 성분의 2차원 공간분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투과전자현미경의 활용
세라믹 소재 연구개발에서 투과전자현미경을 어떠한 부분에 이용할 수 있으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몇 가지의 예를 들면서 설명한다.
가. 알루미나의 입계 편석 분석
알루미나 세라믹은 고온에서 수십 % 이상의 초소성 변형을 나타내는데 첨가제의 종류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0.1% ZrO2를 첨가하면 유동응력이 높아지고 25%의 소성변형을 나타낼 뿐이지만 같은 양의 MgO를 첨가하면 유동응력이 1/2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80%까지 소성변형이 확대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두 경우 모두 SEM 미세구조는 동일하여 입자 형상은 등방성이고 입도는 0.7~0.8mm로 균일하였다. 만일, 입계에 유리상이 있을 경우 변형속도가 크게 증가할 것이므로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HREM)으로 입계의 격자상을 관찰하였으나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리상이나 이차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입계가 깨끗하면 양쪽 입자의 격자무늬가 서로 만나고(1a) 입계에 유리상이 존재한다면 격자무늬 사이에 비정질 층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1b). FE-TEM과 EDS를 이용하여 1nm 크기의 프로브를 만들어 입계부분에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두 경우 모두 첨가 이온이 입계 부분에 편석되어 있음이 밝혀졌다(그림 2a). EELS로 입계부분에 존재하는 첨가 이온의 에너지를 분석한 결과 Zr의 경우에는 에너지 손실량이 2eV 만큼 증가하고 Mg의 경우에는 2eV 만큼 감소하는 것이 발견되었다(그림 2b). 결국 초소성 변형특성 변화의 원인은 첨가이온의 입계편석으로 입계의 원자결합력이 증가하고 입계 에너지와 입계 확산속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나. 규칙-불규칙 변태 분석
Pb(Mg1/3Nb2/3)O3(PMN이라 지칭)과 같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세라믹 물질은 높은 유전 상수, 낮은 온도의존성, 넓은 상전이 범위 등 우수한 성질을 갖고 있는 전자 소재이다. 결정내의 Mg와 Nb는 단위포의 B자리에 위치하며 불규칙 랜덤 상태이거나 또는 규칙 상태에 있다.
불규칙 상태의 PMN에 Nd 등 3가의 양이온이 도핑되면 1:1 규칙화(오더링)가 쉽게 일어난다. 제한시야 조리개(SA)로 시편상의 원하는 부분만을 선택하여 회절도형을 얻으면 그 부분에서의 결정구조를 알 수 있다. 만일 B자리 원자들간에 규칙화가 일어난다면 초격자가 형성되어 그림 3의 화살표 자리에 불규칙 상태에서는 없었던 회절점(3a)이 규칙상태에서는 나타난다(3b). 암시야상을 관찰하면 규칙 도메인과 불규칙 도메인은 각각 밝고 어두운 콘트라스트를 갖고 있어서 그 크기와 형상을 알 수 있고(3c) 매우 작은 나노크기의 도메인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고분해능 격자상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3d) 규칙화와 물성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 나노 금코팅 세라믹 분석
TiO2 나노 막대를 담체로 하여 금코팅하여 촉매로 사용하면 영하 43도에서도 일산화탄소를 100%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촉매 효율이 향상된다. TiO2 나노 막대의 형상과 금 입자의 크기 및 공간 분포를 TEM과 고각 환형 암시야상 주사투과전자현미경(HAADF-STEM)으로 조사하였다.
STEM은 TEM이 넓은 투과빔을 사용하는 데 반하여 나노 또는 마이크로 크기의 작은 프로브를 만들어 시편 표면을 주사하면서 각 부위에서 투과 또는 회절되어 나오는 정보를 모니터로 재조합하여 영상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영상관찰 뿐만 아니라 EDS나 EELS와 결합하면 작은 부위에서 성분분석을 행할 수 있고 매핑 분석을 할 수 있다. 한편, STEM에서 고각으로 탄성 산란하는 빔을 받아서 고각 암시야상(HAADF)을 구성하면 시편내 원소 성분에 따른 성분 (Z) 콘트라스트를 얻을 수 있어서 매핑보다 더 선명한 성분 공간분포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림 4에 300kV 가속전압에 0.3nm 프로브를 사용하여 HAADF-STEM 분석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원자번호 79번의 금이 원자번호가 낮은 세라믹보다 분명히 밝은 콘트라스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상분석 결과 밝기변화가 선형이라는 점에서(4b) 나노막대가 평평한 표면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 어떻게 활용하는가
투과전자현미경을 연구자가 직접 운용하면 가장 좋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TEM 분석센터에 의뢰하여 활용하게 된다. 이 경우 TEM용 시편 제조는 대부분 연구자의 몫으로 돌아오는데 이는 TEM 분석센터에서 시편 제조까지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시편 제조 방법과 조건에 따라서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TEM에서 전자파 투과가 이루어지려면 100nm 이하의 두께의 얇은 박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편의 모양에 따라서 제조방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미세한 분말 시편의 경우에는 액체에 분산시킨 뒤 미세한 망으로 이루어진 그리드로 떠서 관찰하면 되지만 덩어리 시편의 경우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이아몬드톱’으로 1mm 두께의 얇은 판으로 자르고 ‘코어드릴’로 3mm 직경의 디스크로 따낸 뒤 ‘픽스춰’와 ‘연마기’를 이용하여 0.1mm 두께의 얇은 디스크로 갈고 ‘딤플러’로 연자맷돌 갈듯이 가운데 부분만을 갈아서 두께를 10mm 또는 그 이하로 얇게 만든 뒤 ‘이온빔연마기’를 이용하여 중앙에 구멍을 뚫어내고는 구멍 주변의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부분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자기 지지 시편(self supporting sample)이라고 하는데 작은 쪼가리 시편을 구형 또는 타원형 구멍이 뚫린 금속제 그리드 상에 붙이고 딤플링, 이온 연마하여 시편을 제조하기도 한다.
기판상에 성장시킨 박막시편의 경우에는 2개의 시편을 면대면으로 하여 접착제로 붙인 뒤 얇은 판으로 자르고 딤플링과 이온빔 연마하여 시편을 제조한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FIB(focused ion beam) 연마 장비를 사용하여 벌크 상태의 시편에 갈륨 등의 중량급 이온빔을 정밀하게 쪼여서 얇은 박판을 따내는 방식으로 쉽게 시편을 제조하고 있다.
이는 장비가가 매우 높지만 원하는 부위만을 정확히 선별하여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 나노인덴테이션 압흔 단면분석, 미세부품 단면분석 등에 활용이 되는 등 그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TEM 결과물로 미세구조 사진, 회절도형 사진, 성분 분석 데이터 등을 얻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려면 결정학, 미세구조학, 전자현미경학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4. 맺음말
본고에서는 세라미스트로서 투과전자현미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서술하였다. 입자, 계면, 이차상 등에 대한 영상과 회절분석을 통한 구조분석을 행하고 성분분석을 행하여 얻은 정보를 종합하면 재료현상과 특성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이는 새로운 공정과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활용될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최근 분석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고에너지 빔을 쪼임으로서 물질 내부에 변화를 주거나 SPM, 나노인덴테이션 등 나노매니퓰레이션을 할 수 있는 장비와 결합하여 새로운 구조의 물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까지 그 활용범위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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