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8 - 2004.10.22 서미갤러리
생활 속의 도자와 풀내음
글 유재길 _ 홍익대 교수, 미술비평
장진의 현대도예는 ‘생활 속의 예술로 도기’작업과 ‘조형예술로 도자’라는 두 가지 경향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초기 전통도예에서 조형작업으로의 변화는 작가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부터다.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의 일본에서 도예 공부는 도기 제작이 아닌 현대미술의 새로운 조형이론과 양식을 수용하는 시기였다. 특히 추상표현주의에 심취한 그는 도예의 틀에서 벗어난 무한의 조형양식을 수용하는 시기였다.
최근 제작된 「풀내음2004」연작에서 더욱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은 2004년 여름 폴란드의 도요지 볼레스바비에치에 머물면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이다. 넓은 폴란드 들판에서 작가는 흙의 원초성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순수 조형의 미적 탐구와 개념을 모색하게 된다.
<풀내음>연작은 종이를 섞은 백토의 원형 판 작업과 백자가 서로 겹쳐진 단순한 형태의 도조작업 덩어리는 얇은 원판들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다. 이들은 수직이나 수평으로 바닥에 놓인다. 수직의 경우는 바퀴 모양으로 약간만 건드려도 굴러다닐 것 같다. 수직의 원형 판들은 상단부가 무너져 내린 불안한 구조를 갖기도 하며, 또한 차곡차곡 쌓인 반듯한 형태가 실패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연작은 무엇보다 순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개념미술로 주목된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떠난 그의 「풀내음」연작은 제목처럼 풀향기의 추상적 이미지 작업이다. 시각화되기 힘든 풀향기를 작가는 원형의 백자와 종이가 혼합된 점토를 이용해 두개의 다른 세계를 공존하게 한다. 흙의 원초성을 바탕으로 흰색의 매끄러움과 거친 면이 대립된 독특한 조화는 자연의 풀향기처럼 우리의 마음을 끌어드린다.
30여년간 ‘생활 속의 예술’로 도자기를 만들고, 조형을 통한 도조 작업과 신표현주의 경향의 「인물」이나 「연탄」시리즈, 그리고 최근 미니멀리즘 경향의 「풀내음」으로 장진은 현대도예의 새로운 도전과 모색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그의 맑고 투명한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받게 한다. 그리고 다양한 표현성과 조형성의 탐구는 시대적 미에 대한 도전으로 주목받는다. 이러한 도전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풍요로움과 함께 독자성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아울러 그의 도자예술은 풀내음처럼 흙을 통한 예술의 정신적 표현으로 더욱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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