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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숙 도예가
  • 편집부
  • 등록 2004-12-27 0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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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감으로 새기는 지나온 시간들의 그래프 글+사진 서경숙 _ 도예가 시지각 대상으로 존재하게 된 ‘원’과 ‘구’ 원圓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식의 초기상태인 원시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인 의미로서 영원과 양극의 합일, 완전이라는 상징형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개체와 개체의 만남으로 하나의 완전한 합일을 상징하는 원. 형식은 하나지만 그 시대의 문화와 사고에 의해, 혹은 그 시대에 흐르는 심미적 경향 등의 이유로 그 의미는 다양한 양상으로 생활 속에 스며들며 표출된다. 사랑과 화합을 상징하는 가장 간결한 형태중의 하나인 원은 정신세계의 상징이며 영원을 나타내고 인간세계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동심마저 내포하고 있는 원은 오래전부터 내 삶 속에 내재되어 있던 나의 일부와도 같은 친근함과 무수한 매력을 지닌다. 원圓이 나의 심리 상태 일면에 우월하고 신성한 모티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원형이 지닌 곡선의 부드러움과 단순성이 나의 주의력을 끄는 매우 강한 시지각 대상으로 존재함이고, 또 하나는 사방 대칭으로 방산되는 역동적인 힘이 폐곡선 안에서 서로 상쇄됨으로 인해 안정감을 갖게 되는 형태 자체의 완벽함 때문일 것이다.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원圓에서부터 출발하여 삼차원적 조형물로써 완전함을 갖게 된 구球 형태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형태적 요소이다. 구球는 그 자체가 지닌 운동감으로 인해 우수한 시각적 형태로 해석됨과 더불어, 생활 일면과 연결되어 인간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는 생활철학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구는 구심력과 원심력이라는 기본 속성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시키고 확산과 수렴을 공유하게 하는 균형 있는 형태이며, 무한한 움직임과 순환, 회전성을 갖게 하는 동적인 형태인 것이다. 안정감과 평안함을 주고 내면에 역동적인 힘마저 내포하고 있는 원과 구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형태적 요소임과 동시에 조형의지를 유발시키는 힘의 원천이며 이 들을 통한 조형작업은 나의 조형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추작업과도 같은 일인 것이다. 색이 가지는 감성을 표현 수단으로 사용 색은 사람들이 의식을 하든 않든 간에 정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색이 마음을 움직이고 풍부한 감성을 불러 일으켜서 여러 가지 메시지로 바뀌어 전달되기도 한다. 색을 가장 아름답게 활용하는 것은 색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작업은 다양한 색을 통해 이루어진다. 흙의 원초성을 중시하고 도자의 본질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이로운 작업일 수 있지만 색은 나의 내면을 읽어내는 소도구로써 표현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과감한 색의 시도는 패턴의 다양화를 이끌어낸 나름대로의 쾌거였으며 시각적으로 신선한 충격과 경이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독일의 색채심리학자 에바 핼러는 “감성은 개인이지만 이해는 일반적이다”고 하였다. 이는 색을 사용하는 방식은 개인적이지만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객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색은 내게 있어서 삼차원적 조형물로서의 도자기로 표출해 내기위한 훌륭한 매개체인 것이고, 그 색으로 인하여 나의 내면을 표현해 보고 싶은 것이다. 상감하며 그려보는 인생계획표 유년 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철저한 계획 아래 제작되어진 한 사람의 인생 계획표와도 같이, 지나온 시간들의 시각적 그래프를 보는 느낌 이었다. 나의 작업은 인내심과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선을 따라 홈을 파내어 다른 색의 흙을 채워 넣는 상감 작업은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표면에 넣을 패턴을 디자인하고 정확한 치수 계산과 스케치, 마치 회화나 디자인에도 앞선 사전 작업이 있듯이 일정과정을 수행한 후,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선들로 인한 긴장감 -패턴의 일정한 반복과 적절히 조화된 색상들이 일구어낸 착시Illusion현상-등을 도자기에 담아 낼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작업을 시작해서 마무리할 때 마다, 지나온 시간과 더불어 새로운 인생 계획표를 무수히도 많이 세웠다 허물곤 한다. 기뻤던 시간, 방황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 의지와 상관없이 흘렀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이 하나씩 색과 선이 되어 나타나고 그 시간들과 더불어 스쳐간 나의 모습은 도자기 표면위에 패턴으로 정렬되어 새겨질 것이다. 이 같은 조형 예술의 표출은 짜여진 생활환경 속에서 느슨하지 않은 나의 삶의 일환이며, 힘겨운 작업 끝에 얻어낸 산물은 항상 새로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현대도예의 분화현상 속의 일면인 나의 작업이 시각적으로 새롭고 신선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돈된 듯 한 긴장감들은 미적 쾌감마저 유발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 작가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예과, 동대학 디자인대학원 졸 93 제29회 대한산업미술가협회 공모전 은상 개인전 2회, 단체전 20여회 2001-1995 (주)베아띠 상품개발/광고기획, 홍보실장 1995-1988 (주)요업개발 Table ware 디자이너 현, (現) 공주대학교 / 공주대 출강 대한산업미술가협회, 도림회, 산업도자조형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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