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Found Objects 2003 전 2003. 5. 19 ~5. 22 한전프라자갤러리
오브제의 주체화, 가공된 오브제
글/박남희 예술학
박선우의 이번 전시는 도예의 활로와 관련된 박선우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련되어있다. 일종의 도예와 관련된 활로의 모색이라고 비추어지는 박선우의 시도들은 종종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기도하고, 간혹은 시행착오로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은─그 성과를 차치하고라도─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도예가로서라기 보다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의 의무감이나 부담이 이러한 노력에 크게 작용한 듯 하다.
그는 도예가 가질 수 있는 생활 속에서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그리고 기존의 분류체계들 속에서의 고정된 생활개념이 만들지 않았던 ‘무엇’ 속에서 도예가 지향하는 바를 일정부분 조성해보려는 노력이 그가 보여주는 사물의 질서와 관련된 작업들 속에 들어있다.
박선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우리가 흔히 도예라고 말할 때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착오적인 인상(국면)들에서 벗어나서 생활의 주요소가 되게 하는 것이다. 장식적 기능으로써의 공예적 국면에서 벗어나 도예라는 말이 재료적인 제한이 아니라 재료적인 장점이 되게 하는 것, 다시 말하는 흙으로 구워서 무엇을 만드는 일이 우리 생활 전반에서 쓰임새를 가지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선우의 이번 전시에 붙은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미의식과 관계된 것이다. 일상적인 ‘사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적인 요소를 가공하여 객체적 위치의 ‘던져진’ 사물을 주체적 위치로 번안해내는 것으로, 여기서 ‘발견’은 존재하는 사물에서 ‘미적요소’를 발견한다는 말로 보인다. 오브제가 미적으로 발견될 때, 그것은 objectum의 위치에서 subjectum(아래에 있는 것/근저에 있는 것/基體)이 위치로 바뀌어진다. 따라서 박선우의 발견된 오브제는 뒤샹의 가치 전복적인 소변기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일상적인 사물에서 발견하는 미적요소를 다시 한번 가공하여 ─가공이라는 과정을 통해서─사물의 조형적 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함으로써 오브제의 오브제적 성질을 주체적(subictive)으로 바꿔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박선우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가공된’ 사물들은 객체적인 국면을 띤 주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주체들의 구성을 강화하는 방식은 대체로 가공된 사물들이 용도라는 범주를 지켜내는 것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현대미술에서의 오브제적 국면의 지위들이 가지는 가치 전복성을 따르는 대신, 용도를 가진 사물에 오브제적 요소인 미적 전복성을 도입하여 의미를 형성하거나 그것을 풍부하게 하는 국면이 이번 전시의 요체라고 보여진다. 현대미술이 다리미의 바닥에 모피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다리미의 용도를 폐기하고 발견하는 사물의 낮설음 혹은 용도폐기로 남게되는 순수가시성의 미의식 대신에 박선우의 ‘발견’은 캔에 주전자의 꼭지와 손잡이를 붙임으로서 캔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담지하는 용기(容器)로써의 성질을 강화하는 방식의 ‘발견’으로 제시된다. 다소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현대미술의 오브제가 추구하는 것이 부재 속에서 발견되는 존재라면, 박선우의 오브제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거나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선우가 발견하여 가공한 사물들은 주체적인 국면으로 번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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