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노랑과 파랑, 초록 등 원색이 강렬하게 대비되어 있는 리디아 톰슨의 작품들은 대개 인체 상반신의 모습에 새장, 깔대기, 바퀴, 기차선로 등의 오브제들을 결합한 형태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표면의 색들은 아프리카의 강렬한 색조를 떠올리게 하여 시각적으로 인종적 주체성을 보는 듯 하다.
톰슨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을 졸업한 후 알프레드 대학원에서 공부하였고, 졸업 후 풀부라트 연구 기금을 받아 9개월 간 나이지리아에서 전통 벽돌 건축에 대해 연구했다. 아남브라Anambra주의 뉴춧카Nssuka, 그리고 나머지 기간동안은 프레토우Plateau주의 조스Jos에서 체류하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흙벽돌 건축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신이 디자인한 곡물 창고를 짓기도 하였다고 한다. 작가는 “흙벽돌 구조는 아프리카의 자연 경관과 관련이 있었으며, 경의로왔다. 당시 나는 도예와 같은 흙 작업 과정을 거치는 벽돌건축과 아프리카 전통의 텍스타일, 나무 조각 등에서 강한 자극을 받았다.” 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많은 드로잉작업을 하고 있다. 머리에 꽂는 섬세하게 제조된 머리장식을 모티브로한 선명한 색채로 구성된 일련의 작품들에는 부분부분 다양한 패턴들이 입혀져 있다. 그녀는 자신의 드로잉에 대해 “드로잉은 아이디어를 3차원적 입체로 표현하기에 앞서 디자인을 발전 전개시키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나에게 즉각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빗이라는 소재에 대해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조형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인 리사티 박사Howard Risatti는 “그의 머리빗들은 왕관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빗들은 여자들이 아기와 어린이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 식탁에 올릴 음식물을 생산하는 일들을 포함한 모성애적인 여성의 역할을 축하하기 위해서 여러 시대를 거쳐,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통해 사용해 왔다. 이것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도록 장식한 방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최근 흑인 남녀들이 머리에 장식한 머리핀과도 비슷한 모양인데 이것은 특별한 인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혈통적, 문화적 유산을 스스로 축하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톰슨은 슬립이나 코일링으로 성형한다. 주로 조합토를 사용하며 1200도에서 1230도의 범위로 번조한다. 작업과정 중 표면에 대비되는 색의 표현은 슬립을 이용하는데, 거친 크랙이 있는 표면과 광택이 나는 부분, 이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사용한다. 마스킹 테이프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유약을 붓으로 바른 후 붕사 성분의 크랙 유약을 입히고 여러 회 번조한다.
머리빗에서부터 전개된 그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로 왜 사람의 형상을 이용하는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녀는 “사람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운송수단이다. 사람의 형태는 공통언어로서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며 또한 적절한 표현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에 형상적인 은유를 담는다. 내가 사용하는 오브제들은 하나의 심볼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라고 한다.
그녀가 설명하듯 그녀의 작품에서는 시각적 은유와 함께 건축적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다. 작품 「Follow the Path Left for You」에서는 노란 돌이 머리에 왕관처럼 놓여져 있고 마찬가지로 몸의 아치부분에도 붙였다. “오늘날의 대량 소비, 넘치는 물질문명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나 지식들을 흡수한 나머지 때로는 환상과 공허감을 안고 살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본다”라고 말하며, “실타래는 마치 도보여행자가 돌아가는 길을 찾는데 사용하는 실을 나타낸 것으로 내 본질을 찾게 하는 작은 마크를 의미하고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The Gathering」 은 죽은 후 다음의 생을 준비하기 위하여 필요한 추수와 저장고를 나타내는데, 머리 위에 놓여있는 기 형태는 지식의 유입, 나눔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어린 미혼모의 증가에 시선을 둔 작품 「Encaged」를 만들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여성의 개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새장은 소유를 의미한다. “어떻게 개인이 사람을 점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한다. 리사티 박사는 그녀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아취형 뚫린 부분에 대해 “그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밑바닥의 구멍은 시간과 역사의 육교 같은 통로를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사유를 의미하는 오브제적 통로이다.”라고 해석한다. 또한, 그는 오늘날 사회에 만연하는 사회적인 폭력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내고 있다. 「성 폴 존슨의 참수The Beheading of St. Paul Johnson」에서 흑인인 폴 존슨은 백인 우월 주의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목을 베었고 그의 몸은 불태워졌다. 그는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인 사건을 되새김하게 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어떻게 대우되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다루었다고 한다.
단순한 형태에 간결한 색채 대비가 있는 자신의 작품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조형물의 가치를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아무런 비판 없이 여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문화나 환경에서 자신의 영혼과 행동이 밸런스를 갖추길 원한다고 말한다. 또한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조용하게 때로는 선명한 목소리를 내보이고 있다. 작가를 가까이에서 보아온 필자는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으며, 관대하고 합리적이며 유머러스한 그녀의 균형적 인간성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 마음 가까이 와 닿는 것을 느낀다.
톰슨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스케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강조한다. 수업시간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발전시키고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풍부한 미술사 혹은 미학적 자료들을 요구한다. 톰슨은 예술에 대한 지식을 나누며, 가르치는 것에 큰 즐거움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학생들이나 젊은 작가들에게는 스튜디오에만 있지 말고, 미술세계에서 어떤 일이 행해지고 있는가, 나아가서 세계의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라고 하며 또한 작업과정에 대해서 인내와 헌신, 그리고 유연함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톰슨은 작년 여름 6월 한 달간 이태리의 페루지아에서 2시간 떨어진 구알도 탄디노Gualdo Tandino에 위치한 <Formanzione아트센터>에서 마욜리카 유약에 대해 가르치며, 타일을 연구하고 돌아왔다.
그녀는 2005년 몇 개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오하이오의 콜롬버스 컬처럴 센터, 누 오린스의 딜라드 대학 그리고 샤롯데의 민트 박물관에서 개인전과 워크샵을 할 예정이며, 가까이는 올해 NCECA 기간 중 선보일 작품전을 준비하고 있다. 3월 볼티모어에서 개최되는 88회 NCECA 에서 그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리디아 톰슨Lydia Thomson
MFA 뉴욕주립대학 알프레드 대학원 / BFA 오하이오주립대학
통합의 다양성, 아프리칸 어메리칸 도예(볼티모어)
스미소니언 아나코스티아 박물관(워싱턴)
리티아톰슨의 종이작업전, 러넬갤러리, 뉴멕시코대학
현,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조교수
필자약력
이화여자 대학교 졸업,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국내외 7회
버지니아 박물관 초청 레지던시 아티스트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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