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병 근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총괄과 사무관
최근 다소 호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작년부터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소비로부터 시작된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아직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출과 내수간 경제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중국 및 아세안지역, 그리고 미국 등과 FTA체결이 논의되고 있으며 최근까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던 중국 경제가 이제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대내외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야만 하고 이러한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최근 가장 크게 부각되는 산업이 바로 부품소재산업이다. 그러나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면에는 국내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부품소재산업에 대해 가장 먼저 대일 무역적자의 주범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만성적인 적자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부품소재의 대일적자는 물론 지속되고 있으나 이것이 반드시 경쟁력 취약에만 기인하지는 않으며 한·중·일 3국의 국제적인 분업구조 하에서 물류비용 및 가격경쟁력을 감안한 전략적인 시장전환에도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부품소재산업은 이미 97년부터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작년의 경우 흑자폭이 150억불 내외까지 확대되었다.
둘째,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가 커 우리나라 제품의 국산화율이 하락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최근 첨단제품의 수명주기가 단축되면서 국산화율 분석에는 조사 품목과 함께 조사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 직후 국산화율이 낮더라도 부품소재 개발이 진행될수록 국산화율은 상승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MP3 플레이어(83%), PDP-TV(81.8%) 등 일부 첨단 품목은 높은 국산화율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최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일?FTA의 추진은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한·일? FTA가 체결되어 관세장벽이 철폐될 경우 단기적으로 일본 제품의 수입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보완대책을 병행할 경우 FTA의 체결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 과거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었을 때 일본의 코끼리밥솥 때문에 국내 전기밥솥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인식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은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하였으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경쟁력 제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국내시장에서 일본제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으며 작년에는 전기밥솥 종주국인 일본에까지 국내 전기밥솥이 진출한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이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이제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각종 대내외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국내 부품소재의 기술수준은 현재 선진국대비 80%에 불과하여 원천기술이 포함된 첨단 부품소재는?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국내 부품부품소재기업의 대부분은 규모의 영세성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필요한 대규모 R&D투자여력이 부족하다. 또한 아직 국내 부품소재의 신뢰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수요대기업은 구매를 기피하고 있으며 수요기업과 부품소재기업간 종속적 계열화관계로 안정적인 성장기반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모두에서 언급한 대내외 여건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17일 ‘부품소재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였다. 이 발전전략은 과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성과평가와 함께 기업의 활동단계별 역량진단과 일본 부품소재의 수입구조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기반으로 민·관전문가 의견을 모두 수렴하여 수립하였으며 참여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수요대기업과 중소 부품소재기업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부품업체와 협력을 통해 모듈단위의 부품 생산이 가능하고 수요기업과 대등한 관계형성이 가능한 부품소재 중핵기업을 2010년까지 300개를 육성하고,
둘째, 급변하는 대내외 세계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도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한 미래형 중장기 대형과제 집중하여 향후 5년간 민관 합동으로 5천억원을 투입함으로써 국내기업의 부품소재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셋째,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하고 자체 개발역량이 취약한 부품소재에 대해서는 투자유치와 기술도입을 추진하여 자체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노무라 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설립한 Japan Desk를 적극 활용하고 EU, 미주, 아시아 등 주요 권역별로 투자유치와 시장개척 목적의 로드쇼를 개최할 계획이다.
넷째, 국내 개발에 성공한 부품소재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기관과 연계한 원할한 자금공급과 함께 수요기업의 협력약정을 바탕으로 하는 ‘수급기업투자펀드’를 조성함으로써 대규모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이러한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전전략의 지속적인 추진을 담보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로 삼아 지속적으로 그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발전전략의 첫 번째 후속조치로 정부는 향후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10대 전략 부품소재를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선정하였으며 향후 이 품목을 중심으로 R&D에서 사업화, 설비투자에 이르는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금번 전략 부품·소재의 선정은 무엇보다 민간기업 자발적으로 품목을 선정하고 이에 따른 투자계획을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결정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전략 부품소재의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하고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기술경쟁력을 보유할 경우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소재를 자급할 수 있는 산업전반에 걸친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품소재산업이 우리 경제의 튼튼한 허리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국민소득 2만불 시대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발전전략의 첫 번째 후속조치로서 정부는 향후 미래시장을 겨냥한 10대 전략 부품소재를 선정하였으며 향후 민·관의 부품소재 R&D 투자를 이에 집중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10대 전략 부품소재는 과거와 달리 민간기업 주도로 선정하였으며 단순히 품목발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의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투자계획까지 동시에 수립하여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육성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계획수립과 함께 이의 지속적인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이를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지원과 함께 민간의 자발적인 경쟁력 제고의 노력이 결합될 때 국내 부품소재산업이 발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성과가 크게 향상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