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규엽 _ 토마도갤러리 대표
본고를 통해 도예전문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도예계의 발전에 일면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자위를 하면서 글을 풀고자 한다. 필자는 도예전문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여러 초대전 및 대관전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갤러리의 궁극적인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갤러리에는 각각의 색깔과 특징이 있겠지만 갤러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작가와 소비자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진실을 자꾸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작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행위와 또한 그 작품들에 만족하는 소비자로 인하여 수익이 생기며 그것이 또 다른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는 기본적인 시장논리를 말하는 것이다.
국내 화랑가를 둘러보면 도예전문 갤러리는 많지 않다. 절대적 숫자의 열세도 그러려니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갤러리는 더욱 찾기 힘들다. 이것은 도자전문 갤러리가 일반 예술장르(회화, 조각)등에 비해 작가의 수적인 열세도 있거니와 전문작가의 작품 대신, 저렴한 가격의 공장 생산품이 우리들 주변의 곳곳에서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를 방문한 손님들의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비슷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파는 도자기와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도자기의 가격차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가 만든 수제품과 기계적 대량 생산품의 차이를 설명하지만 좀처럼 이런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도예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가격산출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기에 앞서 기계적 생산품과 견주어 디자인성과 독창성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생활용 식기가 작가가 만들었다고 하여 고가로 판매되어져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로부터의 외면은 물론 작가 자체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작가의 입지를 고수하거나 혹은 넓히는 데에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 초대전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화랑과 작가의 수익은 각각 40~50% : 50~60%선으로 배분을 하게 되는데 간혹 소비자가 작가와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갤러리가 취하는 이익분 만큼 싸게 매입하려는 경우가 발생한다. 작가입장에서의 수익은 다를 바가 없으나 싸게 매입한 만큼의 금액은 갤러리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판매 채널의 활성화와 작가의 이익분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예컨대 작가가 공방에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때, 소비자 제시 가격은 갤러리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고, 공방에 직접 방문하여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겐 서비스 품목을 두어 소비자에게 직거래의 메리트도 두어 운영하는 것이 갤러리뿐 아니라 공방에서의 판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갤러리는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고객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갤러리는 작가와 고객을 이어주는 교각인 동시에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판매를 위한 것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마니아를 형성시키고 이들이 작가의 창작활동에 직·간접적 지원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도예문화는 아직까지 일상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브제 중심작가들의 비교적 왕성한 활동에 비해 생활자기 작가들과 그 소비층은 아직 작가의 작품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만큼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국민소득이 몇 만불 이상이면 작가들의 작품이 쓰여진다고 막연히 믿고 기대하기보다 지금 생활 속에 작가들의 작품이 가격·디자인 면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많은 연구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화는 생명력이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도예문화의 발전은 결코 갤러리, 작가들만의 몫은 아니다. 전문잡지, 문화정책 등 갖추어야 될 것은 너무 많다. 다양한 작가의 발굴과 작가들의 치열한 작품 발표, 그를 뒷받침하는 갤러리와 전문잡지 그리고 소비자, 이들의 삼위일체가 바로 한국 도예문화 발전의 중요 성공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서술한 모든 내용이 누구나 아는 기본을 되풀이해 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기본을 얼마나 잘 고수하고 행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약력
아이치현립예술대학교 대학원 졸업
논문 - 분장기법을 이용한 작품연구
현 토마도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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