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팀은 지난 4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간사이 지방내 교토, 나라, 오사카의 공예산업을 현지 탐방 취재했다. 이번 탐방은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원장 권오인) 한경아카데미(원장 김대곤)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공예아카데미CEO과정> 3기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참관단 34명은 일정동안 교토의 <청수사 공예길>, <교토도자기회관>, <화지공예관>, <쇼잔염직공예관>, <교토수공예센터>, 나라의 <나라국립박물관>, <동대사>, 오사카의 <일본공예관>, <오사카성> 등을 방문하고 현지의 공예산업을 벤치마킹했다.
4월 6일 - 교토
교토는 일본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다. 간사이 지방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일본의 역사와 문화 유적지가 많은 곳으로 794년 일본의 수도로 정해진 후 약 1,000년 동안 중심지로 발전해왔다. 일본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피해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고 도예를 비롯한 인형과 부채공예, 전통과자 등 지역특산 공예품이 유명하다. 특히 일본의 국화인 벚꽃 구경 인파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탐방단이 도착한 첫날은 벚꽃의 절정을 직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일행 모두는 현지 연수 이외의 또 다른 기대감에 부풀수 있었다.
최고의 절경과 전망을 지닌 <청수사>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는 여러 세기 동안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청수사는 780년에 나라에서 온 승려 엔친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여러 번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대웅전을 포함해 1633년에 재건되었다. 경내의 삼중탑과 경당 등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산 중턱 절벽에 자리해 172개의 나무기둥으로 지탱하고 있는 ‘부타이’라 불리는 본당은 울창한 숲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있다. 본당의 난간에 서서 교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본 후 본당 옆 계단을 내려가면 청수를 직접 마실 수 있는 작은 폭포가 있다. 이 물을 마시면 장수하고 건강, 학문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전통의 <기요미즈야키>로 형성된 공예길
청수사 입구에서 언덕 아래쪽으로 향한 여러 갈래의 골목길에는 교토의 도자기, 전통의상(기모노), 부채 등의 공예품 공방과 매장, 찻집, 음식점 등이 줄지어 공예길을 형성하고 있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공예길 안은 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특히 곳곳에서 일반 젊은 여성들이 기모노 샵에서 옷을 빌려입고 화장을 한채 길을 걷는 장면과 인력거를 탄 사람들로 이색적인 볼거리가 연출됐다.
청수사 인근은 과거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도자기 가마가 많이 지어져 ‘기요미즈야키淸水燒(‘교야키’라고도 함)’를 만들어 냈던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이곳에는 교토도자기회관을 비롯한 80여개의 도자공방과 도매상이 있다. 공방 대부분은 가내수공업형태로 운영돼 제작과 판매가 한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매장에서는 기술과 기법이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을 지닌 특색 있는 도자식기와 화기, 다도구, 장식도자 등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다.
4월 7일 - 교토
편리한 도구와 정교한 기법으로 완성되는 화지공예
<락지관樂紙館>은 화지和紙공예관으로 전시판매장과 체험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직원으로부터 일본화지공예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본화지의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질감, 세밀한 손재주로 완성된 상품들을 감상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종이공작 기법 ‘오리가미’로 만들어진 게이샤(기모노를 입은 여성)인형과 넥타이, 식물, 곤충 등은 특유의 정교함을 느끼게 했다.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체험장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화지제작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화지제작체험은 우리의 한지체험방법과 흡사했으나 여느 공예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사용하는 시설물의 다양함과 도구의 편리성은 눈여겨 볼만 했다.
섬유공예의 현대화와 전통정원을 예술로 승화시킨 <쇼잔염직공예관>
쇼잔염직공예관은 현대화된 섬유공예품 전시판매장이다. 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 넓은 자연공간에 공예품전시판매장과 전통정원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2곳의 매장 중 한곳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의류와 머플러, 가방, 장신구 등이 진열돼 있고 다른 한 곳에는 집안 꾸미기에 유용한 다양한 인테리어 섬유소품 등 좋은 품질의 공예품들이 진열, 판매되고 있다.
전시장 건물 앞에는 1000여평 넓이의 일본식 전통정원이 꾸며져 있다. 일본식 정원은 일본인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예술성을 가득 담아낸것으로 유명하다. 돌로 만든 등과 연못의 다리, 수백 년 된 고목,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 꽃과 나무를 도자기화분에 담아 갈수 있는 화원 등 정원 구석구석에서 보이는 풍경은 정원을 마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낸 듯했다.
4월 8일 오전 - 교토
헤이안 시대의 화려한 색을 간직한 <헤이안신궁>
<헤이안신궁平安神宮>은 1895년 간무왕의 헤이안 천도 1,100년을 기념해 간무왕을 제신으로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신궁이다. 사전社殿은 헤이안 시대 행정의 중심이었던 조도인朝堂院의 형식을 약 2분의 1로 축소해 복원한 것이다. 입구에 쌓여있는 각현을 대표하는 술통이 방문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2층 구조의 신문神門인 오우덴몬이 있다. 이 문을 지나 중앙 정면에 보이는 배전拜殿이 대극전大極殿 건물이다. 건물전체 채색된 선명한 붉은색은 헤이안 시대 때의 화려한 모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신전 뒤쪽에는 신엔이라는 연못이 있다. 이곳은 4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각 시대의 정원 형식으로 구성돼 사계절 아름다운 꽃들이 현란하게 피어난다고 한다.
교토공예산업의 요충 <산업공예박물관>과 <수공예센터>
헤이안신궁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는 <교토산업공예박물관>이 있다. 이곳의 지하 1층에는 66품목에 이르는 교토의 전통공예품이 한자리에 전시돼 있다. 일반인을 위한 공예체험관은 매 주말에 운영되며 멀티미디어실과 도서관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교토 공예품에 관련한 다양한 영상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전시장 외부의 분수대에는 대형도자조형작품이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교토수공예센터HandiCraft Center>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곳으로 도자기를 비롯해 교京인형, 부채, 염직공예품, 상아 등 모든 종류의 전통공예품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공예 장인들이 직접 제작시연하고 있어 관심을 모았다. 또한 2층과 7층에는 공예체험학습장도 마련돼 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상품구매시 필요한 환전과 통역, 해외운송, 셔틀버스 등의 서비스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4월 8일 오후 - 나라
교토에서 42km정도 거리에 있는 나라奈良는 우리의 백제문화가 남아 살아 숨 쉬는 뛰어난 고대 건축과 불상이 있는 옛 수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돼 있다. 4세기 중반, 국가로 통일된 일본의 수도는 나라현 북서부에 있는 나라분지의 남쪽인 아스카지방에 세워졌다. 이후 8세기말경까지 아스카는 일본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서 번영했다. 그 후 수도는, 현재의 나라인 헤이조쿄에 옮겨져, 일본 최대의 대불을 모신 세계최대의 목조건물인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사>와 뛰어난 고대 건축과 불상이 있는 <야쿠시 사찰>, <도쇼다이 사찰>을 포함한 많은 절들이 황실과 귀족의 보호를 받으며 건립돼 <몬젠 마을>(절이나 신사 등의 앞에 이루어진 마을)이 발달되었다. 나라에는 신의 사자로 여겨져 옛 부터 소중하게 다뤄져온 사슴이 유명하다. 사람들과도 친숙한 사슴들이 많은 곳은 <나라 공원>이며 공원에는 나라국립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불교미술의 중심 <나라국립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은 1895년에 개관해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으로 나라공원 서쪽 고후쿠지 호조인 터에 아제쿠라校倉풍의 양관과 메이지 시대에 지은 옛 본관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박물관에는 고사찰과 신사로부터 기탁 받은 불교미술품을 비롯해 각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 회화, 공예품 등 나라지역의 귀중한 유물이 소장, 전시되고 있다. 본관은 불교미술을 석가, 대승, 밀교, 정토종, 선종, 수적 등의 여섯 가지로 분류해 불상의 변천사를 전시해 불교 미술을 이해하기에 유용하다. 본관에서 지하통로로 연결된 별관에서는 분묘의 변천, 경총經塚의 유보遺寶 등 불교와 관계있는 옛 문화재 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신관 옆에 위치한 네이라꾸 미술관에는 한국과 중국의 청동기와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일본 불교문화의 대표사원 <동대사>와 세계최대 금동불좌상 <노사나불상>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는 나라의 대불大佛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거대한 대불전을 비롯해 많은 국보급 건축물과 덴표天平 시대에서 가마쿠라鎌倉 시대까지의 고불상을 수장하고 있는 일본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대사원이다. 사원앞 선물가게들이 즐비한 참배길 건너편으로 먼저 대불전의 지붕이 눈에 띄었다. 대불전 정면에 있는 남대문은 일본 국보 중 하나이다. 대불전은 높이48m, 가로57m, 세로50m의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로, 빌딩으로 치면 16층에 해당하는 규모로 엄청난 크기이다. 이 건물은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을 거듭해 현재의 것은 1709년에 재건된 것이다. 대불전 중앙에 안치된 높이 16.2m, 얼굴길이 4.8m, 손길이 36m, 무게 452t의 보존 <노사나불상盧舍那佛像>은 세계 최대의 금동불좌상이다. 이 역시도 두 번의 전화를 입어 당초보다 작아진 것이라고 한다.
대불전 내부에서 북동쪽 구석에 있는 기둥의 세로 36㎝, 가로 30㎝의 네모난 구멍으로 탐방단 일행과 몇몇 관광객이 기어들어가는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몸집이 큰사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어깨부터 밀어 넣으면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구멍의 크기가 대불상의 콧구멍 크기와 같아, 이 구멍을 통과하면 원하는 일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인 듯 했다.
4월 9일 - 오사카
마지막 날 도착한 오사카에서는 약속된 일정 때문에 시간이 넉넉지 못해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몇 일새 만개해버린 벚꽃의 장관에 감탄하느라 아쉬움도 잊은 듯 했다. 오사카大阪는 일본의 현, 도, 부 중에서 가장 작은 면적이면서도, 인구밀도는 수도인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를 자랑한다. 도시의 동, 남, 북방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부는 활 모양의 ‘오사카 만’에 면하고 있다. 교토와 나라와 가까운 지리적 조건이며 수륙교통의 요충지로서, 상업 도시로서 크게 발전해 왔다.
공예품과 기술을 보존 육성하는 <오사카 일본공예관>
<오사카 일본공예관>은 1925년 오사카시에서 전재戰災를 면해 잔존한 에도江戶시대의 쌀 창고를 개수해 건립한 작은 사립박물관이다. 1960년에는 현재 자리에 성곽을 기본으로 한 철근 콘크리트 3층 건물을 2개 신축했다. 이곳은 일본의 전통적인 공예품 중 민중적 공예품(민예)의 기술을 보존하고 육성,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된 공예품들은 오랜 과거, 일본 각 지역의 무명 공인工人에 의해 생활용품으로 만들어진 것에서부터 현재까지 전수, 제작되고 있는 우수한 민예품들이다. 도자기는 옹기와 오카야마비젠 등 2천여 점이 소장돼 있다. 일본의 역사적인 공예문화의 일단과 민예의 실용성 및 아름다움을 단편적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봄꽃 흰벽 금박지붕의 빼어난 경관은 <오사카성>의 자랑
<오사카성大阪成>은 오사카 관광의 시발점이자 역사의 보고로서 성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볼거리가 다양해 하루 종일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다. 성 주변은 흐드러진 벚꽃과 다양한 봄꽃으로 우거져 있고 성채의 흰색 벽과 금박으로 조화된 천수각 지붕의 수복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온통 금칠을 한 샤치호크(머리는 호랑이 모습을 닮았고 등에는 가시가 돋친 상상의 물고기) 한 쌍이 천수각 지붕 위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거려 눈이 부셨다.
500년 역사를 지닌 오사카성은 1583년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가 원래 이시야마혼간지石山本願寺라는 절터에 새롭게 대규모의 축성공사를 하여 장대한 성곽으로 완성됐다. 천수각 내부 1층에서 7층까지는 자료관으로 과거 당시의 무기와 갑옷, 민속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7층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미니어처 모형에서 움직이는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8층에는 전망대가 있어 오사카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사카 성 주변에는 약 6만제곱미터의 잔디공원이 펼쳐져 있어 벚꽃 나들이 인파로 가득했다.
이번 ‘공예 아카데미 CEO과정’ 참관단은 최근 독도분쟁으로 악화된 한일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진행된 탐방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참관단 모두가 일본의 선진화된 공예산업의 시스템과 정책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공예산업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과 유통 그리고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었기를 바란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공예아카데미 CEO과정」 문의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
02-733-9040, www.kcpf.or.kr
한국경제신문사 한경아카데미
02-360-4881~6, www.bizhappy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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