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전신연 _ 도예가
NCECA(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는 1966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서 도자예술에 열의를 가진 개인, 학교, 단체 등에 필요한 자원을 적절한 교육과 연구, 실제적인 접근 등을 통해서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시회 지원, 저널과 뉴스의 출판 등의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는 매년 3월에 개최하는 컨퍼런스다. 올해로 39회째인 NCECA 컨퍼런스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의 이너하버에 위치한 컨벤션센터에서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열렸다. 주제는 였는데, 이것은 이미 200여년전에 100여개의 작은 도예 공방이 있었던 볼티모어시의 문화적, 지역적 중심을 도예에서 찾아보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 역시 메릴랜드 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의 부담 없이 거의 매일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17일과 18일 양일간은 시연자 중의 한 명인 빌 밴 길더Bill Van Gilder의 보조 역할을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컨퍼런스 자체만이 아니라 그를 전후해서 볼티모어와 아나폴리스 전역에서 라는 이름 아래 2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170개가 넘는 전시회와 아티스트 렉처 등이 123곳의 갤러리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모든 행사는 볼티모어 클레이웍스Baltimore Clayworks (볼티모어 지역에 위치한 도예 학원-갤러리, 공방, 재료점 등을 운영)를 중심으로 조직, 운영되었는데 컨퍼런스의 주제에 걸맞게 워크샵, 전시회, 강의를 위시하여 시민들을 위한 여러가지 무료행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줄잡아 6000명이 넘는 아티스트, 학생, 교육자, 세계각국에서 온 도예인, 갤러리·뮤지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첫날인 16일에는 등록과 의 관람, 사일런트 옥션 등이 진행됐고, 저녁엔 역사학자이며 예술비평가인 로버트 휴Robert Hughes의 연설로 컨퍼런스 개회식이 거행됐다. 17일 둘째날부터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시작되었는데 18개의 강연, 11개의 패널 토론, 각각 세 명의 작가로 구성된 두 팀의 시연, 다양한 슬라이드 발표회, 그리고 85개의 도자산업사업체와 재료상, 60여개의 학교와 기관의 전시회 등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필자는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최대한 많은 곳에 참석하여 듣고, 묻고, 보았지만, 혼자서 모든 곳에 다 참석하기는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직접 참석했던 강연과 행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3월 17일 목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이어지는 세 작가의 시연을 도와주며 곁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참여 작가는 프레데릭에 살고 있는 기능성 도자기 전업작가인 빌 밴 길더Bill Van Gilder, 포슬린을 이용한 물레작업과 핸드빌딩의 조합으로 우아한 기능성 작품을 하는 실버 그란텔리Silver Grantelli, 커다란 코일을 만들어 물레 위에서 실린더로 성형한 후, 인체의 부위를 연상케하는 모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앤 린너맨Ann Linnerman이었다. 앤은 일본, 미국 등의 레지던트 아티스트였고 현재는 덴마크에서 국제도자연구소장으로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작업세계,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어떻게 그들의 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는가에 대해 헤드셋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수많은 관객 앞에서 시연을 했다. 각 작가 뒤에는 카메라에 연결된 30피트 크기의 스크린이 설치돼 작업현황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 1시부터 30분간 열린 강연은 중국의 산바오Sanbao에서 도예학교를 설립하고, 디렉터로 있는 지안생 리Jiansheng Lir가 진행한 《Giant Porcelain in Jingdezhen》였는데, 중국의 전통 문화와 포슬린의 탄생지인 징더전의 소개, 커다란 포슬린 작품을 만드는 작업과정을 포토샵을 이용해 잘 소개해 주었다. 중국 징더전과 미국 알프레드Alfred 대학원 두 곳에서 세라믹을 전공한 그는 재치있고 자신감 넘치는 화술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2시부터 5시까지 이어지는 오후 시연은 주로 세라믹 조소 작품을 하는 베쓰 캐브너 스티처Beth Carvenera Stitcher, 바바라 디덕Barbara Diduk, 크리스 거스틴Chris Gustin이 진행했다. 특히 베트 스티처의 작업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던 필자는 가까이서 그녀의 작업과정과 궁금했던 표면처리를 그녀의 설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세 작가 중에 단연 눈에 띄었는데, 작품구상 단계로 준비해온 작은 토끼 마케뜨Makette(Makette: Clay Sketch)에 기초해서 쇠파이프와 바퀴달린 작업대 위에서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2000파운드가 넘는 흙을 스테이지 위에서 던지고 나무로 때려가며 붙여나가고 있었다.
세 시간에 걸친 시연 틈틈이 필자는 몇 개의 강연과 바로 옆의 큰 홀에서 열리는 각종 재료상, 세라믹 산업체, 각 학교의 안내 등의 부스를 관람했다. 시연 다음에 있었던 특별강연은 예술비평가인 제드 펄Jed Perl의 《The Handmade Future》였는데, 그는 핸드메이드 작품에 대한 격찬으로 일관했다. 요점은 예술작품의 개별성, 독창성, 생명력, 인간화 등은 손으로 빚은 도자 작품에서만 진정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3월 18일 금요일
전날에 이은 작가들의 시연이 컨벤션센터의 한쪽 홀에서 오전과 오후에 나뉘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외의 빌딩의 각 층 다른 방에서도 강연, 패널 토론, 슬라이드 포럼, 대학원 과정 소개와 구인 안내 등 다양한 행사가 뜨거운 열기 속에 열리고 있었다.
오전 8시 30분에는 주목할 만한 패널토론이 있었다. 로빈 하퍼Robin Hopper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세계 세라믹계에 잘 알려진 루아나 래키Louana Lackey, 수잔 피터슨Susan Peterson, 잭 트로이Jack Troy가 패널토론자로 나왔다. 토론의 제목은 《The Moving Finger Writers》였는데. 이 세 명에 의한 도자예술 관련 저술은 20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은 토론에서 작가로서의 오랜 경력과 저술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자예술에 관한 글쓰기에 대해서 진솔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토론과 관객과의 대화, 문답을 통해서 그들의 지식과 사상, 글쓰는 자세, 같은 도예인의 입장에서의 자성적 비판 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강연은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Mastering Cone 6 Glazes’의 저자 론 로이Ron Roy의 《The Freedom of Knowing》이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참석한 강연에서 그는 직접 만든 시노유약을 소개하면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어떻게 그것을 발전시켰는가를 보여주었다. 강연의 제목처럼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원하는 재료에 대한 성과를 얻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 자유함에 대해서 그는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눈빛과 자세한 설명으로 강연을 잘 이끌어 나갔다.
1시부터 진행된 라파엘 로드리게스Rafael Rodriguez의 강연은 《Digital Imaging for Ceramic Artists and Educators》였다. 최근의 작가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슬라이드보다 디지털 이미지로 준비하는 세태를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는 카메라와 이미징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순수하게 도자예술에만 국한된 강연은 아니었지만, 만족할만한 디지털 사진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최신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강연이었다고 생각된다.
3월 19일 토요일
모든 사람들이 여행가방을 들고 떠나가는 복장으로 컨벤션센터에 모여들었다. 아침 9시부터 30분 동안은 최근에 작고한 미국 도자예술작가들, 하딩 블랙Harding Black, 켄 퍼거슨Ken Ferguson, 그리고 비올라 프레이Viola Frey를 추모했고 그들의 제자나 지인들은 준비한 영상으로 대형 스크린에 생전의 그들 모습과 작업실, 작품 등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아키오 타카모리Akio Takamori는 지난해 12월에 작고한 그의 스승이자 멘토인 켄에 대해 약 15분간 그가 한 인간으로서, 선생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설명하면서, 그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캔사스시티 아트 인스티튜트Kansas Art Institute에서 은퇴할 때까지 그가 학교 세라믹과를 어떻게 발전시켰는가를 설명했다. 그가 배출해낸 많은 수의 제자들이 각 학교의 강단에서 도예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유독 일본인 제자가 그런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9시 30분부터 10시 45분까지는 주목받는 신예작가 6명이 나와서 former lecture 형식으로 자신들의 작품 사진과 작품세계, 주제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그 이후에는 NCECA 회원 모임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윌리암 댈리William Daley의 마침강연이 이어졌다.
그 밖의 행사
언급하지 못했던 행사들을 추가로 설명하면 컨벤션센터의 다른 홀에서 산업체, 재료상 그리고 non-profit 전시회가 3일간 열렸고, 세라믹 아트 대학원들의 소개와 고용기회 안내, 해외에서 참석한 작가와 대학원생들의 슬라이드 포럼,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의 학생 작품 전시회, 컵 전시회 등이 있었다. 를 위한 버스운행은 16일과 19일에 있었는데, 필자는 19일 오후에 북볼티모어지역의 전시장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 지역에는 여섯 개의 갤러리가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눈길을 끌던 몇 개의 작품을 사진에 담았다.
나흘 간의 참석을 통해 무엇보다도 크게 느낀 것은 흙이라는 동일한 매체에 대한 관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그들의 도자예술에 대한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는 것, 그러한 공통된 관심이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간에도 국적이나 연령을 뛰어넘어 쉽게 친숙해지도록 만들더라는 것 등이었다. 필자도 마지막 날에 잭 트로이, 지안생 리와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두 사람 모두 도예 선배로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을 해 주었다. 또 한가지 사실은 그 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들과, 공방, 학교, 워크샵 등에서 만났었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고 서로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필자는 첫날에 열린 몇 개의 중요한 강연을 놓쳐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좀 더 일찍 일정계획을 준비하지 못한 후회가 있었다.
제40회 NCECA는 2006년 3월8일부터 11일까지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에서 열린다. 내년 행사의 각종 전시회나 프로그램, 강연 신청의 마감일은 2005년 5월 1일까지이며 자세한 사항은 www.nceca.net에 공지돼 있다.
필자약력
이화여대 미술대학 BFA
미국 메릴랜드 프레데릭 후드 대학원 도예과 CE
미국 메릴랜드 그린벨트 시티 커뮤니티센터 레지던트 아티스트 (2001~2004)
현, 메릴랜드 타우슨 대학 도예 전공 MF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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