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진주광택의 표면과 시선을 끄는 우아한 형태 그리고 점토와 혼합재료와의 조화… 작년 여름, 뉴욕의 가스클락 갤러리에서 처음 대한 드지즈 펠레티에의 작품들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많은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선뜻 이해할 수 없었던 조형물 앞에서 필자의 시선은 한동안 작은 오브제 하나하나의 매혹적인 표면에 머무르고 있었다.
펠레티에는 1979년 대학을 졸업한 후 고등학교와 커뮤니티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오랜 기간 물레성형으로 작업을 하였다. 당시 항아리와 그릇을 만드는 과정은 최근의 작품의 바탕이 되어 기器를 통한 사회 문화적 오브제를 관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39세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디어를 분출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였는데, 젖은 점토, 직물, 나무 구조물들을 이용한 설치 작업과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행위예술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졸업한 후 워터쉐드 아트센터, 존 미첼 코흘러 아트센터 그리고 네덜란드 유러피안 아트센터 등에서 작업하였다.
작가의 최근의 작품에서는 생물학적 실체로서의 신체와 여기에 사회, 과학, 문화적 측면에서 사람에게 부과되는 의미를 결합한 새로운 오브제를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 벼룩시장이나 구제품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더 이상 대중에게 쓰이지 않는 가정용 물건들과 의학용 고안품들 또는 우리의 신체와 가까운 곳에서, 신체 대용품으로 쓰이는 소형 오브제 등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오브제를 선택할 때는 그것으로부터 인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관성을 염두에 두는데 예를 들어 소아나 환자의 신체 대용품에서 아름다움, 참담함, 순수, 아픔, 성적 에로티시즘 등 모든 은유를 환기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과거의 기억이나 역사의 저장고나 쓰이던 오브제를 현재로 불러와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선택한 오브제의 모형을 떠서 점토로 다시 창조한다. 그런 다음 마치 진화시키듯, 부분 부분 변형시켜 제작하는데 그녀는 이것을 1세대 원형, 2세대 변형, 3세대 변형이라고 부른다.
2002년 펠레티에는 위스콘신의 쉬보겐에 위치한 위생기 제작 공장, 코흘러 회사의 아트센터에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있던 중 암으로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기념비적 작품 「Mary」를 만들었다. 손잡이가 달린 환자용 소형 컵Sick Cup1000개를 공중에 띄우고, 바닥에 무작위로 쌓아 놓았다. 이 컵은 19세기와 20세기 초, 정맥주사가 나오기 전 소아나 노약자들을 돌보기 위해 가정이나 병원에서 사용되었던 것인데, 삶과 죽음 앞에서 인체와 가까이 사용되어 왔던 이 컵들은 보살핌, 돌봄, 친밀함 같은 영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한 그녀가 선택한 숫자 1000은 영원성, 무한함을 나타내며 동시에 그녀가 책에서 읽었던 1000마리의 학에 대한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질 점토로 슬립 캐스팅하였고 초벌 후 하나하나 샌드페이퍼로 갈아 은은한 광을 낸 후 재벌하였다. 컵의 표면에 어른거리는 검은 빛은 우아하며 모호함, 성, 죽음, 어둠을 나타내며, 흰색은 신비함과 동시에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녀는 아름답지만 참담한, 슬프지만 환희가 깃든 표면과 이면의 대비에 많은 흥미를 가진다고 하였는데, 미술관에 수평으로 공중에 띄워진 컵들은 전시공간의 일상성을 깨뜨리고 감상자로 하여금 묵상에 이르는 차분한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veil」에서는 타원형 유리의 주위에 13개의 환자용 컵들을 걸어 놓은 형태이다. 볼록한 유리표면에는 레이져 에칭Laser Etched Glass으로 글이 새겨져 있어 이곳에 빛이 비추어지면 투명한 유리를 투과한 빛이 벽면에 글씨로 나타난다. 유리와 투과된 빛, 그리고 반광의 검은 자기질 점토가 만드는 우미한 정서와는 대조되게 표면에 새겨진 글은 의사의 환자 진단 글귀에서 조합된, 시적 어감을 가지는, 모호한 단어들이다. 그녀는 17세기의 유럽, 당시 정상적으로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미지 않는 여자들을 사회가 억압하고, 마치 정신병자 취급을 하였던 당시의 극단적 사회 관념에 관심을 두고, 종교나 정치를 통해 여성을 어떻게 한정하고 통제하는가, 사회가 어떻게 성을 이용하는가, 하는 것들에 대한 제시를 하였다고 한다.
또한 19세기경의 기성품ready-made object인 환자용 컵 이외에 어린이용 배설기구, 의학용품을 변형한 작품 「Vanitas」는 인형을 만들 때 쓰는 핑크색 자기질 점토를 이용했다. 그녀는 일시적인 생명력의 신체에 비해 지속성을 가진 인형의 아름다움을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의 의료기기 부속품인 금속물을 그대로 차용하여 그녀가 재창조한 부드러우며 우아한 형태의 오브제 끝에 붙였다.
그녀는 재료로서의 점토의 색, 질감, 성질에 대해 자신의 독특한 시선으로 탐구하는 듯 보인다. 왜 점토를 사용하는가 하는 필자의 질문에 “우리의 의식주 모든 것, 흙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점토로 만들어 진 것은 각기 특유의 용도로 사용 되어 왔다. 나는 지구상의 모든 문화가 흙과 연결되어 있음에 깊이 매혹되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신에 작품에 스테인레스 스틸, 유리, 머리털 등의 다른 재료를 포함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약간의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감상자에게 물질에 대한 생각 즉, 왜 이것은 흙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고 또 각기 대비된 재질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한다.
펠레티에는 자신이 창조하는 작품에서 감상자의 시선을 끄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적 분위기를 만들도록 의도하며 시와 같이 작품에 부가한 모호한 의미, 단서들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감상자에 의해 해석되고, 각자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되기 바란다.
또한 젊은 작가들에게 “예술가들은 이전에 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원한다. 그러면서도 결과에 두려워한다. 우리는 전혀 보지 않았던 것을 만드는데 용감해야 한다. 스스로를 믿어라. 내 작업이 서서히 발전하도록 전진해라.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주저하지 말고 만들어라. 비평가들이 해석하도록 어떤 것을 제공하라.”고 강조한다.
펠레티에를 만나면 여러 번 놀라게 된다. 평소 웃음을 머금은 부드러운 태도에서 학생들을 향한 정열적인 가르침 그리고 자신의 슬라이드를 설명하는 동안의 거침 없이 뿜어져 나오는 진지함 등은 예술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가늠하게 한다.
“Created in Arts/Industry, a long-term residency program of the John Michael Kohler Arts Center. Arts/Industry takes place at and is funded by Kohler Co.”
드니즈 펠레티에Denise Pelletier
MFA 알프레드 대학, BFA 코네티컷 대학
2005 스칸디나비아와 미국의 도예, 새로운 전망전
2004 개인전 가스클락 갤러리, 클레이 스튜디오
2002 설치작업, 클렘 갤러리, 시에나 하이츠 대학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 조교수 역임
현, 코네티컷 대학 교수
필자약력
이화여자 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국내외 7회
버지니아 박물관 초청작가
컵 크릭 화운데이션 레지던시 아티스트
이화여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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