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데코레이션 홍종숙 _ 테이블데코레이터
글+사진 서희영 기자
도자기 협찬 광주요 한국도요
조선도공 우명옥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에서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전해진다. 그 후 유명해진 우명옥은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후 이 술잔을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林尙沃 : 1779∼1855이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는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계영배로 차린 궁중 주안상차림
계영배는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이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술잔의 이름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며,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광주요에서 제작 판매하는 계영배는 고대 청자계영배를 재현한 것으로 접시와 세트로 5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계영배 외에 세팅에 사용된 주전자와 접시, 화기로 사용한 사발은 한국도요 제품이다.
6인 주안상으로 각각의 접시와 잔이 마련됐다. 냅킨과 개인테이블 크로스에 새겨진 금박용문이 화려하면서도 위풍당당한 왕실의 위엄을 나타낸다. 센터피스에 사용된 극락조화의 화려함과 금박을 칠한 넝쿨이 품격 높은 자리를 만든다. 극락조화는 새머리를 닮은 뾰족한 꽃봉오리에서 한 방향으로 피어오르는 꽃잎과 술들이 화려한 장식깃을 단 극락조(봉황)의 모습을 닮았다.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았을 때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의기’를 보았다고 한다. 이 의기에는 밑에 구멍이 분명히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모두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환공은 이를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렀고, 공자도 이를 본받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탄탈로스의 접시’라는 화학 실험기구와 그 원리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실학자 하백원(1781∼1844)과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하백원은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학문을 배우고 23세부터 53세까지 30여년간 실학 연구에 몸을 바친 과학자·성리학자·실학자였다. 그는 계영배를 비롯하여 양수기 역할을 하는 자승차, 펌프같이 물의 수압을 이용한 강흡기와 자명종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테이블데코레이터 약력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 동 대학원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테이블데코레이션과정 수료
현, 여주대학 겸임교수
foodndi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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