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lbany Institute of History and Art
글+사진 정연수 _ 도예가
지난 6월 18일, 미국 뉴욕주 올바니시에 위치한 올바니 역사미술 박물관Albany Institute of History and Art에서 <한국의 도자예술 그 기원과 발전>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올바니 역사미술 박물관과 올바니 한인장로교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세 가지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 첫 번째로 《서구의 눈으로 본 한국, 중국, 일본의 도자예술》이란 제목으로 브로디Regis Brodie 스키드모어 대학 교수가 강연하였고, 두번째는 정연희 박사의 《한국의 전통도자와 그 아름다움》, 세번째는 《동시대의 한국도예》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연수도예가(필자)가 발표하였다.
포럼은 올바니 역사미술박물관의 테미스 그로프트Tammis Groft 부관장과 뉴욕주 예산부 공무원인 황욱진 박사의 인사말이 있었고, 이어 브로디 교수의 첫 번째 강의가 이어졌다. 브로디교수는 템플대학M.F.A of Temple University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현재 뉴욕 주에 위치한 스키드모어 칼리지Skidmore college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다수의 전시와 전공서적편찬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강연을 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4년 8월부터 3개월동안 세계도자기엑스포 주관으로 열린 ‘2004 레지던시프로그램’에 초대되어 경기도 이천에서 세계 각국의 도예가 10여명과 같이 워크샵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한국을 포함한 동양도자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이 강의를 통해 서구문화에서 바라본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도자작품들을 비교, 설명했고, 동양도자기에서 영향을 받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 중 그는 작년 이천에서 작업했던 작업실과 작품 사진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가져온 작품 12점과 알바니 역사미술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있는 2점의 작품을 포함한 14점의 작품을 청중에게 선보였다. 실제 그의 작품은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분청에서 쓰인 여러 기법들, 그리고 일본의 라쿠Raku작업과 중국의 왁스Wax문양 법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 했다.
두 번째 순서는 정연희 미술교육학박사가 맡았다. 전반적인 한국문화의 아름다움과 그 깊이에 대해 먼저 소개한 후, 한국전통도자기인 고려청자, 분청, 조선백자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그 아름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강의 중간에 전 세계에서 유일했던 고려상감청자와 지금의 현대적 정서까지도 이미 가지고 있었던 분청사기 그리고 단아하고 정교했던 조선백자의 작품사진을 보여 줄 때면 청중에서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두 번째 강의가 끝난 뒤 한 도예가로 보이는 청중이 분청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나는 강의에서 보여준 분청 작품사진을 보면서 중국도자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국의 분청과 중국도자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는 정연희씨의 답변을 듣고서야 조금은 알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필자는 그의 질문을 듣고 새삼 느낀 것이 있었다. 서구인의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보여지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와 아름다움이 있다. 한국도예가의 한 사람으로써 한국인만이 가지는 미의 정신세계를 작품 안에서 더욱 표현해보고, 세계에 한국도자의 전통성을 알리는 일에 무단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서로, 필자가 한국의 근현대 도예사와 현대 도예작품들을 전승 및 실용도자, 도자조형 그리고 탈 장르의 영향으로 자유로워진 믹스드 미디어mixed-media와 도자설치,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누어 작품사진들과 함께 설명하였다. 한국의 긴 도자역사의 뿌리가 35년의 일제식민지시대와 한국전쟁으로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던 사실에서부터 혼란기와 도약기를거쳐 현재에 자리잡은 대학교육과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 젊고 의식 있는 작가들이 각종 국제교류와 전시, 행사들을 주축으로 옛 한국도자부흥기를 다시 실현시키려 노력하는 현재의 움직임 등 발표하였다. 한국의 역사를 잘 모르던 미국인 청중들은 근대기에 한국의 도자가 일제에 빼앗기고, 그 문화가 짓밟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숙연해졌다. 하지만 다양한 현대도예작품을 소개하며 설명한 시간은 무척 흥미로워 했으며 공감되는 작품에서는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한국 현대도예가들의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인상 깊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끝으로 필자의 작품을 약 10분 정도에 걸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번 심포지엄 홀에는 필자의 작품 8점이 전시되기도 했다.
총 3시간 남짓 진행된 심포지엄은 청중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마쳤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청중의 절반은 미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인이었다. 필자가 미국청중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주말을 이용해 온 일반미국인도 있었고, 한국아이들을 입양한 미국부모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고 자녀들과 함께 오기도 했다. 또한 활동하고 있는 도예작가나 고등학교에서 도자기를 가르치는 미술선생님도 있었다. 그들은 그 동안 한국의 도자를 중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느낌으로 보아왔으나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도자의 독창성과 찬란했던 도자문화를 배우게 되면서, 포럼 내내 진지했고 무척 흥미로워 했다. 특히 고등학교 도예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중은 도예수업시간과 미술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한국의 도자기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오늘 포럼의 자료를 꼭 받고 싶다고 하여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또한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필자의 작업실에 와서 한국도자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올바니 역사미술 박물관Albany Institute of History and Art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Louvre이나 워싱턴의 스미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Metropolitan Museum보다도 먼저인 1791년에 설립되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올바니 역사미술 박물관은 이 박물관이 가진 긴 역사, 소장품들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여러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다루었던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전시와 행사들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문화에 대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은 3년 전인 2003년에서야 뉴욕 주 예산부 공무원인 황욱진 박사의 노력으로 ‘한국포럼Korea Forum’이라는 이름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 이 포럼의 목적은 미국 안에서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알리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포럼’이 시작된 첫해에는 <한인이민 100년 그 뿌리와 기원>을 주제로, 그 이듬해인 2004년에는 <한국의 소리와 음악>에 대해 다루었고, ‘한국포럼’의 세 번째를 맞이한 올해에는 <한국의 도자예술>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게 된 것이다.
필자는 미국에 온지 5년이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며 여러 번의 전시도 가져왔지만 이번 한국도예심포지엄은 그중 가장 뜻 깊은 일이었음을 감히 말할 수 있다. 미국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한국도예의 정통성과 독창적 아름다움을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었음이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한국도예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동안 말없이 평생을 바쳐 이끌어온 선조 도공들과 현재 한국도예에 긍지를 갖고 열심히 작업하는 모든 한국의 도예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필자약력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 졸업
미국 메릴랜드 미술대학 Post-Bac 수료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원 도예전공 졸업
현, 미국 뉴욕 주 트로이 시에서 활동 중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