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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구명회 조형화기展 -시간과 관계의 순응적 위엄
  • 편집부
  • 등록 2006-02-23 1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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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구명회 조형화기展
2005.11.1 - 2005.11.28 갤러리몬티첼로

시간과 관계의
순응적 위엄

글 김진숙 _ 미술사, 갤러리몬티첼로 대표

자연의 바위나 고목, 산 언덕 자락을 닮아 있는 구명회의 조형화기들은 잘 만들어지고 매끈한 고급스러운 도자기들과 대조를 이룬다.  다듬고 매만지고 잘 꾸며진 수공예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서듯이 그의 조형 화기들은 투박하고 점잖게 자리를 차지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하게 혹은 낯설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게 있다. 그 위에 마른 가지 하나를 곁들이면 고풍스럽고 자연스러운 멋이 더해져 마치 오래되고 무거운 라디오에서 한가락 고요한 선율이 흐르듯 청정심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의 조형화기는 크게 회화조형화기와 순수조형화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회화조형화기는 서체적 드로잉이 그려진 것으로 마치 한 폭의 문인화를 연상하게 하는데, 이 조형화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회화를 그리기 위한 평면과 여백을 확보하기 위해 2차원의 평면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인화의 방법론을 응용하여 갈필의 거친 느낌이 살아있는 힘있는 필치와 여백의 조화, 먹의 농담 효과까지 잘 살려내고 있으며 분청의 소탈함과 어우러져 무위자연의 멋을 최대화하고 있다.
반면 순수 조형화기는 일체의 드로잉이 생략되어 있고 3차원의 다양한 조형성을 실험하고 있다. 제작 단계부터 화기로서의 기능성을 고려해서인지 화기 자체보다는 마른가지를 하나 얹어야 나름의 멋이 살아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질감과 색채, 형태까지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다양한 물성의 조화로움을 유도해내고자 한다.  자연 생명의 상생과 조화의 원리를 작가 나름대로 해석한 조형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명회의 창작 영감의 원천은 자연, 그 중에서도 산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 산을 창작의 모태로 삼고 있는데, 그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자연과의 동화다. 자연을 연구나 분석의 대상으로 관찰한다기 보다는 정서적으로 느끼고 의지하면서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고자하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이 마치 오래된 바위처럼 ‘순응적 위엄’이 느껴지는 것은 자연의 오랜 시간과 인연의 근거로 쌓인 관계를 담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공생 공존의 조화로운 삶의 원리를 터득하는 지혜는 동양의 전통적 미학 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구명회의 이번 전시에서 근원적 문제에 있어서는 별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을 느낀다. 거창하고 진지한 몇 개의 대 전제나 원칙들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 해줄 수 없듯이, 동양의 전통적 미학에 근거를 두지 않은 한국의 미술가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의 색깔로 얼마만큼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해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술품과 상품의 차이는 단순한 미적 감상의 판단이 아니라, 근원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겨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적 문제, 예술적 문제, 가치의 문제 등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석방식과 표현의 방식은 각자 다를 것이다.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미술가들에게 바라는 것이라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표현이 아닌가 한다. 철학적 사유와 표현 방식의 문제는 예술가 자신 성숙도의 문제인 것이고, 일반 대중을 위해서는 가능한 많이, 보다 친절하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멋있는 작품, 대표적인 작품 몇 점만이 아니라 부드럽게 풀어 읽어주는 따뜻한 목소리를 담은 작은 작품들도 마치 선물처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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