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나 도자 설치전
2006.3.1 - 2006.3.7 가나아트스페이스
집을 통한 공간의 소유와 실존의 관계
글+사진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마치 소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작은 집들은 박유나가 살고자 하는 상상 속의 집들이다. 그녀에게 집이란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고, 한 인간이 성장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며,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담은 공간이다. 그래서 그녀의 집들은 매우 작지만 인간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듯 여러 표정을 지니고 있다.
집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며 주거생활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인간 중심의 공간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Le Corbusier가 그의 저서 『Le Modulor』에서 “실존의 첫째 증거는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의 존재에 있어서 공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박유나는 그 중에서도 집이라는 소재의 도입과 설치라는 방법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와 존재 공간에 대한 관계, 즉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개별적인 집 형태의 오브제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공간으로서 그 자체로서 존재하여도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갤러리 공간을 다양한 형태로 점유한 수 십 여개의 집들은 좀 더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것은 집 형태의 유닛Unit들이 만들어내는 확장된 공간에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을 포함시킴으로써 집이 가지고 있는 실존적 의미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벽면에 수평으로 늘어서 있거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집이 구성하고 있는 환경 속으로 들어온 관객들에 의해 작품의 본질을 완성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시 주제를 일관성 있게 이끌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시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작품의 크기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우연성을 위해 미리 계획된 형태가 아닌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표현을 찾기 위해 손 안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크기를 선택하였고, 소형 유닛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소지와 소성기법을 이용하여 작품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작가가 쏟은 노력에 비해 눈에 보이는 시각적 효과 즉 주제의 강조라든가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비주얼적 장치를 일구어 내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 수학시절 제작기법에 대한 집대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더라도 앞으로 같은 소재의 폭넓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오브제의 크기와 작품 제시 방법에 대한 많은 탐구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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