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과정의 특정대학 편중에 따른
로컬대학의 위기와 과제
이재신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1. 서론
로컬대학이라는 말은 그대로 해석하면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은 대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필자가 로컬대학에 근무하면서 아쉽게 느끼는 점은 연구능력이 우수한 많은 인재들이 지역에 교편을 잡으면서 부임 전보다 연구활동이 부진해지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로컬대학의 대학원생 부족과 미흡한 연구 환경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부족이나 대학원생 확보라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연구실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로컬대학 연구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수차원의 숙제와 대학 및 정부의 지원 대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연구실 경영의 선순환 고리
기업의 경우에도 경영의 선순환 고리라는 용어가 있다. 기술개발 투자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재투자 여력이 생기고 다시 재투자하여 이익이 확대되는 상황을 선순환이라고 한다. 대학교수도 연구과제 수주, 대학원생 유치, 우수한 연구성과, 연구실 성장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필자가 나름대로 정의한 그림과 1과 같은 선순환 구조의 5가지 요소와 각 요소들을 잘 유지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2. 연구실 선순환 경영을 위한 대학 교수 차원의 과제
필자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구상한 연구실 선순환 경영의 5가지 고리들과 그 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한 주요 요소들을 그림 1에 정리하여 나타내었다. 각각의 연결고리 항목에 따라 교수 개인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과제들을 서술하고자 한다.
가. 연구과제 수주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구비 지원기관과 기업체를 고객처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기관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객만족을 한 발 앞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및 유지 관리를 해야 한다. 네트워크는 지역 네트워크, 전국 네트워크, 해외 네트워크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를 이해서는 봉사와 희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지역 네트워크로는 광역지자체, 각 지역의 테크노파크, 지역 기업체 등과 연계되며, 개별적인 연구 수행활동 외에도 지역 혁신활동, 지역 연구회 참여 등이 필요하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에는 울산나노산업발전연구회 회장과 지방기술혁신사업단 부단장을 맡아 지역 내 산학연관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활동으로는 각 전문분야의 학회와 연구회 활동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한국세라믹학회를 중심으로 필자의 전공분야인 압전 분야 전문학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국 규모의 과제인 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전문가 집단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정보교류에 유용하다. 이러한 전국 규모의 과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 기획위원회나 연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대체로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해외 네트워크로서 국제 학회에 적극 참여하거나 해외 연구기관이나 대학과의 국제적인 친분 구축이다. 필자는 매년 최소 두 가지 국제 학회는 개인적인 친분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참여하고 그 이외에 필요에 따라 2-3개 학회는 선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세계 도처의 연구자들과 교분을 쌓을 수 있고,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력교류와 공동연구의 기회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필자의 연구실에는 총 14명의 대학원생 중 6명이 외국인학생이 학업중이며, 매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
나. 대학원생 유치 활동
외국인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하였기 때문에 지역 대학 학부생의 대학원 유치를 논하고자 한다. 울산대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지역대학과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학원생의 유치를 위해서는 홍보와 비전의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홍보는 연구실 홈페이지가 가장 유용한 편이며 때로는 연구실 소개와 대학원 졸업 후 진로를 수시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실 졸업생들과 학부생들이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 연구실은 매년 1회 4학년생을 포함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단합대회를 가지고 있다.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학부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이다. 필자는 종종 ‘히딩크 경영론’을 언급한다. 세계 50위권의 국가대표팀을 데리고도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세계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 지역대학 학부생들이 가지도록 하는 데 많은 열정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 효율적인 연구과제 수행 체제 구축
성공적인 연구과제의 수행을 위해서는 연구실 관리에 경영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구성원이 과제 목표를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연구과제의 목표를 재점검하고 목표달성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연구업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위해서는 교수가 경영학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어야 한다. 신속한 의사결정, 계획 수립방법, 시간관리 기법, 일의 우선 순위 결정 방법, 공통 업무의 분담, 개개인의 전문화, 팀웍 능력 배양, 아옷소싱 등에 연관된 경영학을 나름대로 학습하여 각 연구실의 실정에 맞도록 적절히 운영해야 한다.
셋째, 교내외 공동연구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교내의 유사분야나 상이한 전공분야 교수들과 협조하고, 교외의 연구기관 기업체 연구소들과 상시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필자가 현재 공동 연구하는 팀의 수는 교내외에 10여 팀이 넘고 주기적으로 기술교류회를 가지고 있다.
라. 연구성과 평가
연구 과제 수행 중에 연구비 지원기관으로부터 수시로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자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필자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구를 계획보다 더 빨리 진행하고 목표치보다 더 많은 일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면 초기에 이런 대비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과제제안서를 제출하기 전에 미리 사전 선행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연구자산을 미리 축적하고 후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유용하다.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미래에 닥칠 경제적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중장기 저축을 해두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발표자료 준비와 구두 발표의 중요성이다. 어떻게 발표를 잘하는가에 대한 방법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전문서적이 많이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마. 연구실 홍보활동
대학 연구실이 기업과 같이 많은 광고비를 들여 홍보활동을 할 수는 없으나 홈페이지 관리를 잘 함으로써 효율적인 홍보를 할 수 있다. 연구실의 연구업적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수시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살아있는 홈페이지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중매체나 전문잡지를 통한 연구실 홍보 노력도 투자 이상의 큰 효과를 반드시 가져온다. 이 외에도 활발한 학회활동도 연구실 홍보에 큰 역할을 한다.
2-2. 정부와 대학 차원의 대책
지역대학 교수들의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나 대학차원의 노력은 지난 수십년간 계속되어 왔다. 필자가 제시한 연구실 선순환 고리의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그림 6에 나타내었다.
첫째,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로 현재 국가 재정의 중앙정부 집중도가 너무 높으므로, 지방세율을 더욱 상향 조정하여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올려야 한다. 현재 연구과제비 재원 면에서 중앙정부 집중도가 커서 사업제안 및 평가과정에서 수도권에서 멀리 위치한 지역대학 교수들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인구는 110만명으로 전국민의 2.3%에 불과한 울산광역시의 경우 2008년도에 국가 총수축액의 18.9%를 달성하였지만 재정자립도가 100%에 미치지 못한다. 이 점은 우리나라 세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자체가 스스로 기술자립하기 위한 지역의 기초 과학 육성이나 중소기업 기술지원에 거의 투자를 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둘째, 지역대학에 대한 예산 배분이나 과제 선정 평가 시 우대를 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과제 선정평가 위원회 구성 시 지역 인사의 참여비율을 높여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 대학 교수들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대학들의 교수들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방향과 맞지 않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있으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철폐하고 긍지를 심어주는 것이며, 중소기업들에 각종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 지역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필자는 과거 시행했던 누리사업이 포뮬러 펀딩 방식의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교수들이나 기업체들의 지역혁신 활동이 거의 사라진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지역 단위의 산학연관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넷째, 지역 중소기업체 석박사 연구인력 양성사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 시행되었던 지역혁신인력양성사업이 지역 중소기업체에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기업과 수도권만의 세계화로 국민소득 4만불 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 국토와 인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지역 강소기업들을 많이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 중소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 인력양성을 지역 대학들이 담당해야 한다.
다섯째,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미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일류대학들은 해외 유학생이 없으면 연구실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높다. 그러나 우수한 유학생들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구성원의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과 지도자가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당수 교수들과 지도자들이 선진국에 유학을 가서 많은 혜택을 받았듯이 이제는 우리나라도 개발도상국가에서 오는 유학생들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매년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오겠다고 희망하고 현재 6명이 학업중이지만 국가적인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장학지원 뿐만 아니라 출입국 관리, 사회 적응 지원 등 많은 배려가 뒤따라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국제사회에서도 당당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외에 대학 차원의 대책으로 국제 교류활동 지원, 교수 업적 홍보 지원, 교수 개인 홈페이지 관리지원, 대학원생 장학금 확충, 연구행정 업무의 효율화, 연구실 공간부족 문제 해결, 우수 연구성과에 대한 인센티브제 등이 있으며, 이러한 대학차원의 지원은 대부분의 대학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더 상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3. 결론
지금까지 지역대학 연구실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대책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필자 나름대로의 소견을 피력하였다. 교수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우선 효율적인 연구실 운영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전공분야의 연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반면에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더 효율적인 연구실 경영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 업무에 대한 역량 배양도 중요하지만, 외부 네트워크를 잘 구성하고 효율적인 내부 조직 관리를 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나 대학 차원에서도 지역대학 연구실의 활성화를 위하여 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코 수도권과 대기업들만의 선진화로 우리나라가 선진 7개국 내에 결코 진입할 수가 없다. 지역의 강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만 G7의 꿈은 달성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의 기본 요소인 대학원생, 연구비, 연구시설 면에서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서 전국의 모든 두뇌자원과 지리적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림 1. 대학연구실의 선순환 고리 및 과제
그림 2. 지역 대학 연구실 경영을 위한 외부 네트워크
그림 3. 일본 후쿠오카대, 쓰쿠바대와 국내 6개 대학 연구실 차원의 소규모 학술대회
그림 4.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단합대회
그림 5. 본 연구실 홍보기사
그림 6. 지역대학 연구실 활성화를 위한 대학과 정부차원의 대책
이재신
서울대학교 요업공학과 학사
KAIST 재료공학과 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울산신소재산업발전협의회 총무
현재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현재 울산나노산업발전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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