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57]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 1쌍
粉靑沙器彫花雙魚紋扁甁 1雙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 1쌍」 조선시대⎜높이 23.8cm, 입지름 5cm, 바닥굽 지름 9cm 높이 23.6cm, 입지름 5cm, 바닥굽 지름 10cm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제작기법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졌다. 15세기~16세기에 걸쳐서 호남지방에서 주로 제작된 조화기법彫花技法의 분청사기에는 자유분방했던 조선시대 사기장들의 내면의 세계와 자연미 넘치는 미의식의 해학적인 감성이 잘 배어있다. 호남지방에서 만들어진 여러 작품 중에 조화기법을 사용해서 만든 여러 종류의 분청사기 중에서도 물고기가 등장하는 유물은 현존하는 수량이 적고 뛰어난 작품성을 나타낸다. 물고기 무늬는 사발이나 병, 항아리 등 모든 기형에 등장하지만, 특히 편병에 그려진 물고기의 예술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사진1의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은 한 쌍으로 전해지는 유물로 매우 희귀한데 같은 사기장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그림의 솜씨나 도자기의 제작기법이 유사하다. 사진2, 3)
둥근 몸통을 만든 후에 양쪽 면을 두들겨서 납작하게 만든 편병으로 백토분장을 한 후에 자연스럽게 분할된 4면에는 대칭으로 넓은 면에는 물고기 한 쌍과 좁은 면에는 연잎 한 쌍을 조화기법으로 그려 넣었다. 하얀 바탕의 백토분장 붓질 자국은 물고기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물결무늬처럼 조화를 이룬다. 선각으로 새겨진 물고기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선명하며 역동적이고 거침이 없다. 물고기는 풍요와 다산, 출세의 상징으로 조선시대 길상무늬로 간주되어 널리 도자기뿐만 아니라 목제품이나 금속제품에도 사용되었다. 한 쌍으로 그려진 물고기는 부부의 백년해로를 의미하기도 하며 몸통의 좁은 면에 그려진 연잎은 불교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재생과 번영, 다산 성공을 기원하는 뜻을 포함한다. 사진4)
몸통의 유약은 연한 회갈색으로 자연스러운 빙렬이 퍼져 있으며 그 속에 세월의 흔적인 이물질과 색 변화가 보이며 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스러운 변화의 산물이다. 표면의 일부에는 작은 철분의 잡티가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으며 바닥 굽을 제외한 몸통 전체와 입구 안쪽까지 골고루 시유되어있다. 사진5, 사진7)
몸통을 지탱하는 바닥 굽은 비교적 높게 만들어졌으며 노출된 태토는 붉은 기가 도는 회갈색으로 입자감이 일정하지만, 부분적으로 거친 철분들이 관찰되며 전형적인 조선 전기 분청사기 태토와 같다. 굽 안쪽과 가장자리의 붉은 태토에는 유약이 발라진 부분과 안 발라진 부분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으며 소성 시에 생긴 유약 번짐이 있다. 특히 굽 테두리에는 가마 받침이 한 곳에 남아있어 주목된다. 사진6, 사진8)
이 편병이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한 시기의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분청사기조화어문편병(국보)」를 사례로 들 수 있으며 2018년에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33억 원에 낙찰된 「분청사기조화문편병」도 같은 시기와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진9, 사진10)
이 유물의 몸통에 그려진 역동적인 물고기는 규격화된 것이 아니고 손맛이 살아있는 선묘기법으로 표현되어 민속적이고 해학적인 미감을 느끼게 하며 자유로움의 표현이 깃들어있다. 특권층을 위해 제작된 도자기가 아니라서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심성이 그대로 나타나는데 당시 조선 사기장의 생활 감각과 유머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 두 점의 분청사기 편병은 동일한 사기장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성형 상태, 백토분장 상태, 물고기 무늬와 연잎 무늬의 조각형태 등이 거의 같다. 500여 년 전에 호남지방의 분청사기 사기소에서 만들어진 이름 모를 사기장의 작품이 오늘날의 명작으로 우리 곁에 함께하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5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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