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영래 _ 도예가
1952년 미국 켄터키주 코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독특한 양념의 닭튀김요리를 할 줄 아는 촌로(村老)에 불과했던 하랜드 샌더스(Harland Sanders 1980년 사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지금 전 세계 82개국 매장에서 매년 20억 회 가량의 주문을 받는다는 다국적기업인 KFC의 창업자이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고 62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는 닭튀김 요리에서 열정을 불태웠고 최고라는 자부심이 새로운 외식문화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도 제2의 샌더스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내수 한파가 몰아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음식점, 동네 슈퍼마켓, 미용실, 옷가게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매출이 격감하고 문을 닫는 영세 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 도예인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현장과 지역에서 직접 느끼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지만 이처럼 불황을 몸으로 느끼기는 처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불황의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그 비전도 없고 투자도 없고 의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을 모두가 위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예인의 자세’라는 특집 원고 청탁을 받고 고심 끝에 미루고 미루다 그래도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
필자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과 시장 경제 원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과잉 생산된 도자기가 우리 모두를 더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지금 같은 장기 불황은 그러한 논리와 주장은 맞지 않은 것 같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얼핏 보면 증권투자에서 하는 상식적이고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두는 것이 좋다. 성수기 때 필요한 제품을 미리미리 만들어 두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품 수량을 확보해 두는 일은 경쟁사회에서 누가 먼저 신속한 결정과 정확성(Just in time)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그 승부를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는 새로운 학설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구차한 얘기일 수도 있다. 문제는 누구나 다 그 정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가 서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과의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겨울은 농한기로 한가롭기도 하지만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기간 우리 주변의 대학이나 기타 교육기관에서는 도예인들을 대상으로 기술, 재료, 디자인 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런 불황에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재활교육은 재충전의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사람에게는 각기 일장일단이 있고 특성이 있다. 각자 개개인의 성격, 성향, 기술 등이 개성으로 표현되고 그 개성은 작가의 작품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요장에서 보면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고집스럽게 그것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아야 한다. 계절의 변화는 나무보다는 숲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전반에 걸친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주거 문화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이는 인테리어 소품과 심플하면서 모던한 장식용 화병이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와 추세인 것이다.
좀더 신중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철 지난 것은 아닌지, 이미 구식은 아닌지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누어 담되 멀리 보라
한류(漢流)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말로서 동남아시아에서 불던 바람이 중국에 이어 일본으로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류 초기에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호기심을 보이는 단계였지만 이제는 자국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에까지 이르렀다.
국가와 장르면에서도 한류는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앞에서도 한 얘기지만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에 대한 대비를 해 두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잘 활용하지 못해 왔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수한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여 한류에도 편승하고 세계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장르의 상품을 개발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누어 담되 멀리 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관상용 도자기, 생활 도자기, 기능성 도자기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이 있지만 더욱더 세분화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멀리 내다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황과 그 대책은 문화상품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선진국가의 수준을 가름 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자동차 한대를 만들기 위한 관련 사업과 업계는 당연히 자동차 수출의 정도만큼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를 수출하는 일은 민족국가의 우월성을 부각시키고 자긍심을 심어 주는 일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정치를 통한 식민지화로 약소국을 지배하고, 경제로 후진국을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인 힘을 통한 가해짐이다. 그러나 문화는 자연적인 것이 특징이다. 오스트리아는 인구 800만명에 독일어를 쓰고 있는 유럽국가중 한 나라이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이 맥을 이어져 오는 음악이 유명해,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유학생들과 관광객이 있다. 음악과 문화가 우수한 민족으로 승화시켜 선진국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주는 작지만 큰 나라이다.
문화상품을 만드는 일은 영화를 수출하고 연극을 공연하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이다. 문화상품은 굴뚝 없는 관광산업 중에서도 그 가치로 보면 우리가 앞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IT산업 이후 콘덴츠임에는 틀림없다. 경제가 어려워도 틈새시장의 하나인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앞으로 도래할 신 문화시대(新文化時代)를 선점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길 임에는 틀림없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문화 상품은 어떤 것인가?를 절실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리 작가들의 몫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보다 구체적인 제안과 그 가능성에 대한 접근은 다음 기회에 대안을 제시해 보기로 하자.
성수기때 필요한 제품 수량을 미리 확보해 두자
대학이나 기관에서는 방학기간에 도예인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한다
문화상품개발을 위해 노력하자
필자약력
원광대학교 도예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졸업
세계도자기엑스포 워크숍 초청작가
일본 세토레지던스 초청작가
원광대학교 도예과 강사
이천 현선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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