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UN지정 세계 유리의 해 그 의미와 유리소재의 패러다임
우리나라 근현대 유리산업의 발자취
김철영_인하대학교 명예교수
1. 머리말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서 제조되기 시작된 유리는 인류 최초의 인공재료 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발전되어 왔다. 기원전에는 주로 동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한 중동지역에서 발전하던 유리제조 기술이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의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로마 비잔틴 문화는 서쪽으로 흑해 서부지역까지 확장되고, 이후 흑해 북단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이어지는 초원길(Steppe Route)을 따라서 동방으로 전래한 후 다시 남쪽으로 신라까지 전해진다. 이때 다량의 유리제품이 전래하여 신라인들은 새로운 유리문화에 접하게 된다. 다양한 용기 유리와 수만 점의 유리구슬들이 황남대총을 비롯하여 천마총, 금령총 등지에서 출토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4~6세기 것으로 여겨지는 로만 글라스이다. 이로써 로마의 문화가 동방의 끝자락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문화의 산물이 유리였다. 대부분 유리제품은 동 지중해 지역에서 제조된 것이 완제품으로 수입된 것이지만 유리구슬 거푸집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제조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일부 유리는 인도양과 동남아시아를 거치는 해상루트를 거쳐 전해진 것도 있다. 6세기 후반 불교가 중국을 거쳐 신라에 전해지고, 그 이후부터는 서양의 문물이 직접 신라에 전해지지 못하고 중국을 거쳐 전래한다. 통일신라 시대 이후의 유리로는 절에서 사리함으로 사용되던 유리병이 간헐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8세기 초 중국에서 발명된 자기(porcelain)가 10세기경 우리나라에 전래하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찬란한 도자기 문화가 꽃을 피운다. 고려청자에서부터 분청사기, 조선백자에 이르기까지 1000년에 걸친 도자기 문화에 눌려 유리에 관한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 중국에서도 도자기를 생산하여 막대한 양을 유럽에 수출하였지만, 유럽의 유리제품이 중국으로 수입되는 예는 극히 드물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7세기 이후 유리에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으며 1000년에 걸친 유리문화 암흑기를 거치게 된다.
본 총설에서는 이 암흑기를 끝내고 서서히 유리가 다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17세기부터 일제 강점기 동안 힘들게 유리산업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던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 그리고 한국 전쟁 이후 활짝 피어나는 산업화 물결 속에서 유리산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돌아보려 한다.
2. 근대 유리의 전래
1583년 명나라에 들어온 이탈리아의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등 선교사들은 서양의 여러 책자와 많은 진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 중 자명종(탁상시계)과 천리경(망원경)이 있었다. 1631년 명나라에 파견된 정두원은 귀국길에 이것들을 조선으로 가지고 왔다. 이로써 근대 조선인들은 처음으로 유리에 접하는 기회가 된다. 16세기 후반 김성일은 정부 사절단으로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처음으로 안경을 가져왔다. (그림 1) 이후 17세기부터 안경의 수요가 증가하자 조선에서도 직접 안경을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때 사용한 안경알은 유럽에서 사용하는 유리가 아니라 수정이나 옥을 연마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1766년 중국을 방문한 한 역관이 러시아 무역상들에게서 석경(유리거울)을 구매해 조선에 들여왔다. (그림 2) 유리거울은 기존의 청동거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형상을 뚜렷하게 비췄기 때문에 조선에 처음 유리거울이 들어왔을 당시 인기가 대단한 귀중품이었고 이때 유리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반 사이 유리제품이 수입되기 시작하였고. 19세기 중반부터 유리거울, 유리병, 유리 램프 등이 수입되어 부유층을 중심으로 비교적 광범위하게 유리 소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은 1876년 일본에 대한 문호개방으로 우리보다 서양 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을 통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유리창이 설치된 것은 1883년 서울 종로구 교동에 건립된 일본 공사관의 창문이었다.
그림 1. 학봉 김성일 안경
(출처:http://dh.aks.ac.kr/Encyves/wiki/index.php)
그림 3. 스테인드글라스(stainedglass)
(출처 : https://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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